지난해 7월 ‘부천영화제’에 참가한 심사위원들 중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검은 물 밑에서’에 심사위원특별상을 주자는데 이의를 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관객들은 표를 몽땅 사들임으로써 나카다 감독의 땀을 씻어 주었다.
 검버섯처럼 피어나는 ‘죽음의 사랑’을 주제로 한 ‘검은 물 밑에서’는 화면에 피 한방울 비치지 않는다. ‘붉은 피’ 대신 ‘붉은 가방’으로 질주하던 수레바퀴가 ‘덜컹’ 내려앉듯 사람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만든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습하고 축축한 이미지는 결국 ‘검은 물’로 응축돼 관객의 가슴을 서서히 적셔간다.
 이혼 뒤 다섯살 된 딸 ‘이쿠코’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 소송중인 ‘마츠바라 요시미’.
 우선 이쿠코를 키우게 된 요시미는 비오는 날 오후 딸과 함께  새집을 구하기 위해 강가에 인접한 낡고 허름한 콘크리트 아파트로 이사한다. 이삿날 발견된 천장의 얼룩이 신경에 거슬리지만 억지로 외면하고 그럭저럭 지낸다.
 얼룩은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고, 어디선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자국 소리마저 들린다. ‘작은 그 무엇’은 언뜻언뜻 요시미의 시야를 스치며 어지럽힌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이쿠코가 한밤중에 갑자기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기묘한 행동을 보인다. 이쿠코의 어깨엔 아침에 쓰레기통에서 보았던 ‘빨간가방’이 들려 있다.
 급기야 천정의 얼룩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옥상에서 발견됐다 다시 사라진 이쿠코는 위층 집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바로 위층은 이미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 됐고, 그 집 아이 ‘가와이 미츠코’가 실종됐다는 말을 들은 요시미는 전신에 엄습하는 불길한 느낌을 떨치지 못한다.
 ‘검은…’의 공포는 적막하고 축축한 아파트, ‘엘리베이터’라는 극히 폐쇄적인 공간과 어두컴컴한 ‘복도’, 그리고 똑 똑 떨어지는 물에서 새어 나온다. 조명, 구도, 음향도 잘 섞여 영화의 효과를 배가한다.
 이 영화는 그러나 공포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영화 저변에 깔린 ‘모성애’와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기묘한 감동을 준다.
 나카다 감독은 96년 ‘여우령’과 98년 스즈키 코지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링’으로 스릴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1961년 오카야마 출생인 그는 동경대를 나와 닛카츠 스튜디오에 입사해 영화일을 시작했다. ‘검은 물 밑에서’는 닛카츠 스튜디오에서 독립해 만든 영화다. 21일 개봉. 101분. 12세 이상.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