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박 행진을 계속해가고 있는 몇몇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국내 마케팅 비용은 20억원에 이른다. 이는 3억원짜리 영화를 6편을 만들고도 2억원이 남고 제작비 10억원 정도의 영화를 두 편 제작할 수 있는 금액.
 대박 영화가 늘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영화계에 10억원 미만의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몇몇 기대작들이 ‘소리없이’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마케팅비와 후반작업 비용을 포함해 총 3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그 집 앞’(제작·픽쳐 북 무비스/청년필름)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로 밴쿠버 국제 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김진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유부남과의 사랑 없는 섹스 후 거식증을 앓으며 집안에만 있기를 원하는 가인(최윤선)과 옛 친구와의 충동적 성관계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후 길거리를 배회하는 도희(이선진) 등 두 여성의 이야기다. 내년 5월 개봉을 목표로 현재 서울에서 촬영 중이다.
 최근 촬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 중인 ‘미소’(제작·미소필름/가을엔터테인먼트)는 ‘우중산책’과 ‘세친구’ 등 임순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박경희 감독의 장편데뷔 영화. 임순례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생활의 발견’의 추상미가 노 개런티로 출연하며 ‘꽃섬’의 송일곤 감독이 연기자로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사가 예상하고 있는 제작비는 마케팅비를 제외하면 약 4억원. 철저한 프리프로덕션과 합리적인 예산집행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미소’는 실명이 예정된 한 젊은 여류 사진가의 ‘슬픔’에 관한 영화로 반가사유상의 ‘미소’처럼 슬픔을 극복하고 성찰에 이르는 길과 그 길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군상들의 어리석음을 그리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의 삶을 그린 ‘선택’(제작·영필름/신씨네)은 90년대 초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호평받았던 홍기선 감독이 10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3억7천만원을 포함해 약 10억원의 순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24시간 촬영 1일 휴식이라는 강행군으로 크랭크인한 후 45일만에 촬영을 종료했다.
 51년 유엔군 포로가 돼 수감된 뒤 전향서 쓰기를 거부하다 지난 95년 45년만에 자유의 몸이 된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로 ‘둘 하나 섹스’ 등에 출연한 김중기, ‘하면 된다’의 안석환 등이 출연한다. 배급 사정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