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웃기는’ 영화가 하나 나온 것 같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품행제로’(제작·제공케이엠컬쳐)는 386세대들의 웃음주머니를 한껏 간지럽힌다.
 이 영화에선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가 격돌한다. 80년대 남자 고등학교를 무대로 하고 있는 ‘품행제로’는 나이키, 죠다쉬 청바지, 세운상가 등 80년대 학교풍경을 새록새록 돋아나게 한다.
 중고등학교 ‘짱’은 무엇보다 주먹이 최고다. 거기에다 ‘입심’까지 받쳐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을 터.
 이 주먹과 뻥으로 문덕고등학교 짱을 차지하고 있는 박중필(류승범)은 전설적인 인물로 학교 동급생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중필이 그런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궁색한 변명을 수학공부보다 싫어한다’는 왕고집과 거침없는 ‘말빨’ 덕택이다.
 중필의 일과는 엉터리로 그린 ‘춘화’를 판다는 명목으로 ‘삥’을 뜯는 것이다. 그런 중필에게 어느날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정란여고의 모범생 민희(임은경)를 본 것이다. 중필은 요조고교생 민희의 마음을 빼앗으려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중필은 민희에게 잘 보이려고 클래식기타를 배운다. 노래를 부르다가 삑사리를 연발하면서도 노래부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 유명상표 신발을 빼앗고 모범생의 모습을 흉내 내면서 결국 민희의 마음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런 중필에게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었으니, 이는 다름아닌 전학생 ‘상만’이다. 중필은 ‘짱’ 자리를 놓고 상만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영화는 약간의 황당함과 만화적 상상력으로 80년대 고교생일기를 만들어 간다. 태권브이 음악과 함께 와이어 액션이 재미를 더해준다.
 류승범은 ‘안성맞춤’이란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주 재밌는 유머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허술하지 않다.
 DJ DOC의 이하늘과 양동근 1집의 프로듀서 제이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맡았으며 인천 숭의동과 부산 성모여고, 황학동 골목길 등에서 촬영됐다. 15세 이상. 100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