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인천경실련-인총넷 4.10총선 공동기획]
쏟아지는 철도공약…10년 넘어도 여전히 '추진 중'

“철길 놓겠다” 선거때마다 단골 메뉴
'서울 접근성 확대' 공약 맹목적 읊어

계양구, 공항철도 이후 17년째 감감
남동구 을 교통망 확충 갈증은 여전
연수구 을도 1호선 역까지 진입 힘들어

여야, 이번엔 GTX깃발 세우기 열중
전철역 100개 시대…현실화 전략 부실
'300만 인천' 자족기능 확보가 급선무

선거철이면 서울까지 철길 놓겠다, 도로 놓겠다는 약속들이 줄 선 지는 좀 오래됐다. 12년 전인 제19대 총선 당시, 황우여 당선자는 'GTX(광역급행철도) 송도~청량리 구간 건설 추진'을, 윤상현 당선자는 '공항철도2호선 계획 추진'을, 윤관석 당선자는 '인천2호선~KTX광명역 연장 및 서창2지구 연장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말끝마다 '추진'이라고 적은 교통 공약들은 10년 넘어서도 여전히 '추진 중'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번 4·10 총선에서 예비후보들은 '서울 접근성 확대'를 기치로 지하철, KTX, GTX까지 종류도, 노선도 복잡하고 만드는 데 가격까지 비싼 철도 공약을 맹목적으로 읊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3년 동안 벌어졌던 부동산 가격 급등기를 경험하며 인천 사람들은 '서울행' 철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 '서울행'이 붙은 철도와 연관된 동네에선 아파트와 땅값이 정말 무섭게 치솟았다.

제22대 총선에서 “철길 놓겠다”는 언급을 안 하는 후보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교통 공약이 더 극단적 상황으로 간 배경이다.

▲인천 곧 전철역 100개 시대. 늘리더라도 현실진단부터

차 안 막히는 시간에는 서울 진입까지 20여분이면 충분한 계양구에선 지난 2007년 공항철도 계양역 이후 17년째 철도역 추가 소식이 없었다. 공항철도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 인천에는 인천2호선이나 서울7호선, 수인선 등이 줄지어 개통했다. 이 철길들은 계양구만 비껴갔다.

4·10 총선 인천 14개 지역구 내에 도시철도 역은 총 92개(환승역 중복 포함)다. 서울1호선부터 인천1·2호선, 공항철도, 수인선, 서울7호선까지 총 6개 노선이 인천 전역을 오간다.

하지만 계양구 갑에는 도시철도 역이 인천1호선 경인교대역, 작전역 2개가 전부다. 계산역이 계산1·3동과 인접해 있긴 해도 행정구역상 계산2동, 그러니까 계양구 을에 속했다고 봐야 맞다.

지난 11일 찾은 계양구 효성동은 재개발·재건축으로 동네가 소란스러웠다. 주택 건물들 헐고 두른 공사장 펜스가 뜨문뜨문 있었고 번듯하게 지어진 새 아파트들도 눈에 들어왔다.

효성동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전유진(41)씨는 “효성동 사람들은 그동안 좋든 싫든 작전역 하나 바라보고 학교도 다니고 출퇴근도 했다. 이제 서울2호선 청라연장선과 GTX가 생기면 계양구와 서구를 잇는 봉오대로에 역들이 생길 테고 동네 교통 사정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광역급행철도(GTX)와 서울2호선 청라연장선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작전역 주변에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계양구 갑 국회의원은 'GTX-D, GTX-E 강남까지 30분 시대', '서울지하철 2호선 청라연장'이라고 적은 플래카드 두 장을 나란히 걸어 눈길을 끌었다./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계양구 갑 국회의원은 작전역 사거리 한 건물에 'GTX-D, GTX-E 강남까지 30분 시대', '서울지하철 2호선 청라연장'이라고 적은 플래카드 두 장을 나란히 걸어놓기도 했다.

사실 계양구 갑 일대는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낀 샌드위치라 GTX, 서울2호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지역 한 정당 관계자는 “계양구민이 중심이 되는 신규 노선이라기보다 서구 청라국제도시, 루원시티의 서울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에서 계양구가 서울 길목인 봉오대로를 품고 있어 가능했다는 게 현실적 진단”이라며 “실제로 계양구 을 예비후보 원희룡 전 장관이 GTX-D 작전서운역 신설을 들고 나오자 영종, 청라, 루원 등 주민단체가 반발했다. 노선 표정 속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D노선 역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루원시티 가정동과 작전역도 4㎞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 수인선 원인재역 퇴근 시간대 풍경. 인천1호선에서 환승하기 위한 시민들로 플랫폼이 붐비는 모습이다./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인천 신도시 남과 북 “똑똑한 노선 있어야”

도시철도 역이 6개나 모여 있는 남동구 을 지역도 교통망 확충에 대한 갈증이 심각하다. 특히 직선거리로 5~6㎞에 서울 구로구가 있어도 도시철도로 돌아 돌아 한 시간 넘는 거리다. 인천1·2호선 역들만 위치해 서울과 경기로 가려면 부평역이나 원인재역까지 환승해야 하는 구조다.

송도국제도시로 이뤄져 있는 연수구 을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총 7개 역이 운영 중인데 전부 인천1호선 라인이라 서울, 경기 모두 도시철도 진입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송도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인천1호선 역까지 진입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손기성 송도1·3동 주민연합회 대표는 “이미 송도 트램은 예산 문제 때문에 실현되기 힘들다고 어느 정도 입증된 와중에도 일부 후보들이 또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예산 10%면 송도 전 지역에 자율순환 전기버스 도입할 수 있다”며 “GTX와 같이 상징성 있는 철도들만 공약으로 내세울 게 아니라 송도 주민들의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 최남단 신도시인 송도국제도시에는 인천1호선만 운행한다면 최북단 신도시인 검단신도시에는 인천2호선만 자리하고 있다. 인천1호선 검단신도시 구간이 한창 공사 중이긴 한데, 지금도 심각한 검암역과 계양역 혼잡도 문제가 추후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구간 노선에 주민들이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

인천1호선 한 역에서 시민들이 환승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 인천1호선 한 역에서 시민들이 환승 통로로 이동하고 있다./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GTX가 잠식한 4·10 총선. 서울바라기 공약 언제까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인천을 찾아 “예전에 서울과 인천 통학하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면서 영어 단어도 외우고 공부도 했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갈 것”이라며 “노래 한두 곡 들으면 바로 서울”이라고 말했다. 올해 GTX-B 노선 착공을 시작으로 인천 전역에 B, D, E 노선을 마련해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GTX-B 노선이 개통되면 인천시청에서 서울 여의도까지는 18분, 서울역까지는 24분에 주파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인천에서 이렇게 말하자 민주당 인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은 총선에 개입하지 말라며 즉각 반발했다. “GTX-B 사업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문재인 정부”라는 설명도 보탰다.

현재 4·10 총선 예비후보자들 공약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지만 민주당 인천 예비후보자 중 절반 정도는 GTX 관련 내용을 이미 공약집에 넣기로 했다. GTX-B·D·E 인천지역 노선이 서구, 계양구, 중구, 부평구, 연수구, 남동구 등 인천 대부분 지역을 훑고 가면서 여당, 야당 할 거 없이 GTX 깃발 세우기에 열중으로 풀이된다.

검단신도시 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지어놔 사람들은 많지만 근처에 일자리가 없으니 주민들은 주변 서울과 경기로 출퇴근하는 게 인천 신도시의 오래된 풍경이다. 반대로 서울과 경기 선거에선 인천행 철도 공약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300만 인천이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서울행 철도 공약은 앞으로도 주민들 마음을 흔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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