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의 복수랄까. 요즘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 '복수는 나의 것'이 새삼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각종 영화상에서 올 최고의 문제작 '오아시스'(감독 이창동)와 자웅을 겨루며 열띤 성원을 받고 있는 것.
 그 첫 신호탄은 10월 발표된 제1회 MBC영화상 예심 결과였다. 놀랍게도 9개로 최다 후보 부문 지명작이 되는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감독 및 평론가 등 소위 (14인) 전문가들-그 중엔 나도 끼어 있었다-이 참여했기에 선전을 예상은 했지만, 그 결과는 내게도 의외로 다가섰다. 영화가 관객들은 물론 올 대종상 등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한 터여서였다.
 영화는 또한 지난 6일 부산평론가협회(회장 주윤탁)가 선정, 발표한 제3회 부산 영평상에서도 파격적 쾌거를 이룩했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안은 것. 26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0회 춘사나운규영화예술제에서는 편집상과 음악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27일 있었던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정용탁) 선정 제22회 영평상 심사에서도 '오아시스' 같은 막강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감독상과 각본상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일전에 이 자리를 통해서도 밝힌바 있지만, '복수는 나의 것'은 올해 내가 가장 고대했던 문제작 중 하나다. 2002년의 베스트 3 안에 집어넣을 만큼 난 영화를 열렬히 사랑한다. 극사실주의적인 잔혹 묘사와 미니멀리스트적인 절제의 기이한 결합에 의한 낯설음은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없는 심각함과 썰렁한 유머간의 충돌에서 연유하는 코믹함도 소문난 영화광 박찬욱이 아니라면 구현하기 힘들었을 '독특한'(unique) 그 무엇이었다.
 그 낯설음과 독특함이 감명적인 까닭은 그것이 전작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대 성공에 안주하길 거부하는 스타감독의 변신 선언으로, 아니 정확히는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92)과 차기작 '3인조(97)'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물론 바로 그 때문에 영화가 그토록 외면당했겠지만 말이다.
 난 지금도 두 번에 걸친 사체 부검 장면에서 동진(송강호)의 클로즈 업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말미 죽어가면서 뭔가를 중얼거리던 모습도. 그 이미지들과 그에 수반한 음향 효과는 가히 '박찬욱 표 영화미학'이라 할 만했다. 영화 메커니즘에 통달하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장인의, 대가의 방법론이랄까.
 내겐 '복수는 나의 것'의 재부상이 여간 반갑질 않다. 개인적으로는 따라서 오는 12월 3일 시상식이 열릴 MBC영화상의 최대 관심사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복수는 나의 것'이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거머쥘 것이냐 여부다. '오아시스'를 그만큼 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전찬일(영화 평론가)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