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전 시장·교통연구원에
214억원 손해배상 청구” 판결
주민들 10년여 법적 분쟁 성과
상고땐 판결 3년여 다시 기다려야
판결 인정땐 전 시장에 소송 부담
3월초까지 상고 여부 결정해야
용인시가 법원의 경전철 사업 관련 판결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가 판결에 불복하면 10년여 끌어온 법정 싸움을 더 이어가게 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예상된다. 반면 시가 인정해도 판결에 반발하고 있는 배상 당사자인 전직 시장 등과 또 다른 소송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1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시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재상고 문제에 대해선 소송대리인 등의 법률 자문을 받아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 상고 여부는 판결 이후 3주 안에 결정해야 하는 만큼 3월 초쯤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용인시가 이정문 전 용인시장(2002~2006년 재임)과 경전철 수요 예측을 한 한국교통연구원 및 소속 연구원 등을 상대로 약 21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서울고법은 이 전 시장의 후임인 서정석·김학규 전 시장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시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면 이상일 시장은 60일 내로 대상자들에게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법정 싸움 또다시 시작?
서울고법의 판단은 주민들이 10년여의 법적 분쟁을 벌여서 얻은 성과다. 주민들은 2013년 10월 직접 소송 주체로 나섰지만, 1·2심에서 주민 소송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대법원이 2020년 파기 환송한 끝에 서울고법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의 판단은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투자사업 실패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것인 만큼 지자체장이 표를 의식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다면 다시 법적 분쟁에 휩싸이게 된다. 주민 소송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이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3년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봤다. 이미 10년여의 법적 다툼을 해왔는데 3년 정도는 더 하게 된다는 셈이다.
현 변호사는 “이번 소송도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11년이 걸렸다”며 “용인시가 재상고를 하게 되면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2~3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시가 상고하면 주민들이 소송을 통해서 승소한 사례를 무마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각종 개발 공약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이번 판결이 이처럼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그런 무작위식 개발 사업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인데, 시가 이를 되돌리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시장 상대로 소송전 부담도
시가 상고하지 않으면 판결에 따라 이상일 시장이 60일 안으로 이정문 전 시장,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3명 등에게 214억여원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해야 한다. 시는 이 기간까지 이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정문 전 시장 등은 판결에 반발하고 있어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 역시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는 이상일 시장이 한때 같은 당에서 활동했던 전직 시장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는 상고를 안 하면 경전철 사업 수요 예측에 대한 공무원들의 정책적 과실도 인정하게 되는 꼴이어서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상고 여부는 시뿐만 아니라 이번 재판의 원고 측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현재 상황에서 경우의 수를 따지며 판단하기보단 소송대리인과 얘기해 한 번 더 판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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