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수수 청렴의무 위반해도
최고 수위는 출석정지 30일뿐
정당정치 우선…윤리위 헛바퀴
'제식구 감싸기' 악순환 되풀이
1991년 지방의회 부활 후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한 차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의회사무처 직원 인사권 부여, 의회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 충원 등 지방의회 권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게 확대됐다. 지방 분권화 시대에 지방의회 권한 강화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높아진 권한과 위상에 걸맞게 지방의원들 또한 그에 맞는 책임도 지고 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솜방망이 지방의원 징계 기준
지방의원은 선출직 공직자다. 공직자는 일반 시민보다 언행에 있어서 더 엄격한 제약을 받고 실질적인 책임 또한 뒤따른다.
그러나 인천 지역 지방의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 즉 징계 기준을 살펴보면 공인으로서 자신의 언행에 온전한 책임을 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인천 지역 10개 군·구의회 징계 기준을 살펴보면 모든 비위 행위 중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인 '제명'이 가능한 종류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구의회 ▲연수구의회 ▲강화군의회 규정에만 '제명' 기준이 있고 나머지 7개 군·구의회에는 없다.
지방의원 징계 수위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이는 지방공무원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강화군의회 징계 기준을 보면 군의원이 '성폭력·성희롱'(품위유지 위반) 비위를 저질러도 경고나 공개사과, 출석정지 징계에 그친다. 계양구의회 역시 마찬가지 기준이다.
반면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보면 '성폭력' 유형을 6가지로, 비위 정도에 따라 4가지 나눠 총 24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데 대체로 '정직' 이상 중징계로 처리한다. 성희롱 역시 지방공무원은 경과실인 경우를 빼고는 '정직' 이상 중징계로 다스린다.
인천 지방의원들은 금품을 수수해 청렴의무를 위반해도 제명되지 않는다. 가장 세게 징계를 받아도 '출석정지 30일'에 그친다.
직무와 관련한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을 경우 중징계로 다스리는 지방공무원의 징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인천 지방의원들은 인사청탁을 해도, 이권에 개입해도, 직무 관련 정부를 부정 이용하거나 무단 유출해도 제명되지 않는다.
▲징계 절차에 스며든 정당 정치
지방의회 징계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책임을 묻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이 같은 장치가 자리를 잡더라도 징계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리란 보장이 없다.
지방의회 징계를 의원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거대 양당 중심의 정당 정치가 징계 절차 과정에서도 그대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지방의회 징계 기구인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의회 내 상설 위원회가 됐다.
그러나 특위 위원들이 지방의원이고 가장 강한 징계인 '제명'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기에 의회 내 여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큰 비위를 저질러도 사실상 제명되지 않는다.
지방의회 징계 시 법률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사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의무화 됐지만 윤리심사위 결정을 따를 의무는 또 없다.
실제 지난해 서구의회에서 한 구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해 윤리위에 회부됐는데, 당시 윤리심사위원회는 '경고' 처분을 권고했지만 윤리특위에서는 '징계 대상 아님'으로 결론을 내고 본회의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에 회부된 의원은 서구의회 다수당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인천 지역 한 기초의회 의원은 “윤리특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이 징계를 논할 정도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 묻고 싶다”며 “윤리특위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 정당 의원 한 사람을 죽이기 좋은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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