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권역별 네트워크 구성

활동단체 권역 4개조로 나누어 진행

돌조, 7개 단체 모여 3가지 방안 모색
에코해방일지조, 단체 지속성 강화 논의
DMZ조, 지역자원 상품화 관련 골몰
별의별조, 지역답사 통해 가능성 경험

경기문화재단의 2023 경기에코뮤지엄 '지붕 없는 박물관'이 한 뼘 더 가까워졌다. 물리적으로 넓은 면적을 지닌 경기도를 네 권역으로 나누고 활동팀 간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을 열었다. 그동안 전 지역에서 각자의 노하우를 쌓아온 '지붕 없는 박물관'은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고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며 보다 넓은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 네트워크 사업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활동단체들을 권역으로 묶은 4개 조로(경기 서북부, 서남부, 북부, 남동부) 나누어 진행됐다. 경기도의 지역 특성상 전 지역을 대상으로 네트워킹을 진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단체 간 협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동에 따른 시간 소모가 지나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의 관계 맺기 및 문화 공간 운영의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활동팀들이 각 조의 조장이 돼 권역별 네트워크 간담회를 진행했다. 다양한 고민을 나누며 '지붕 없는 박물관'을 세워가는 데 도움을 주고받았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권역별 활동팀들은 조장 단체 또는 권역 내 우수 활동팀의 운영공간에서 현장 모임을 가졌으며, 이후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수시로 소식을 주고받는 등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권역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활동한 내용이다.


'돌조(서북부)' 네트워크 활동인 김포 북변동 백년의 거리 투어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돌조(서북부)' 네트워크 활동인 김포 북변동 백년의 거리 투어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돌조(서북부)-기획 고민 및 권역 내 협업방안 모색

경기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돌조'에는 김포, 부천, 시흥에서 거점 공간을 운영하거나 활동 중인 ▲어웨이크 교육문화콘텐츠 협동조합(김포) ▲맥랑한 예술기획단(김포) ▲김포문화재단(김포) ▲공간옴팡(부천) ▲프로젝트 영글(시흥) ▲협동조합 공정여행 동네봄(시흥) ▲시흥갯골사회적협동조합(시흥) 등 7개 단체가 모였다.

김포시 북변동에 있는 어웨이크 교육문화콘텐츠 협동조합의 거점공간 '해동1950'에서 처음 모인 돌조는 크게 ▲콘텐츠 기획 ▲지역에서의 관계 맺기 ▲경기에코뮤지엄 네트워크 등 3가지 주제로 지역에서 만들어 나갈 기획에 대한 고민과 단체 간 협업 방안 모색에 집중했다.

먼저 콘텐츠 기획에 대해선 에코뮤지엄의 개념을 깊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법과 동기부여에 대한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노하우를 공유했다. 지역만의 고유한 콘텐츠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어떻게 자립할지 고민하며 기존의 프로그램 형식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낼지 모색했다.

단편적인 보여주기 식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의 역사를 돌아보며 가까운 지역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풀어내고 생태문제와 결합해 전 지구적으로 건강하게 접근할지, 지역 역사와의 풍성한 결합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도 돌조가 고민한 주제다.

지역에서 역할을 하는 개인 또는 단체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하나의 공통된 사업을 제안하는가 하면, 사람이 남고 가치를 이어가며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기도 했다.

이런 고민 위에 영감과 새로운 관계를 위해 외부에서 에코뮤지엄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가는 방식과 '에코'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며 돌조는 하나의 협력 네트워크를 생성해나갔다.

어웨이크교육문화콘텐츠 협동조합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사업 초반에 설명회 성격의 당일 네트워크만 하고 끝나 아쉬움이 있었는데 권역별로 모여 사업의 방향성을 나눌 수 있었던 건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신규로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 등에는 네트워크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에코 해방일지조(서남부)' 네트워크 활동인 화성 우음도 디스커버리 체험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에코 해방일지조(서남부)' 네트워크 활동인 화성 우음도 디스커버리 체험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에코 해방일지조(서남부)-단체 지속성 강화의 길

경기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에코 해방일지조'는 화성과 안산 지역에서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화성) ▲청소년열정공간 99도씨(안산) ▲대부도고랫부리섬 생태관광마을기업(안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안산) ▲안산문화재단(안산) ▲문화공간 섬자리(안산) 등 6개 단체가 뜻을 모았다.

에코 해방일지조는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의 거점공간 '우음도 에코센터 에코락'에서 단체 지속성 강화를 위한 길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연속지원 단체가 많았던 에코 해방일지조는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한 기관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에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통된 담론을 형성했다.

공공성을 가진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은 전국에서 시행하는 유사 사업들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 지역 리서치에 기초한 지역만의 매력과 특성을 찾아 재미 요소를 살려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모였다. 지역민들의 참여를 끌어내 에코뮤지엄의 중요 요소로 정착시키는 것 또한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의 주요 요소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혜영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거점공간에서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표 체험 행사를 함께 운영해보며 친목을 다지고 네트워킹할 수 있었다”며 “올해 처음으로 네트워크가 구축되며 에코뮤지엄 참여 지역과 단체가 늘며 생길 수 있는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 환경과 특성에 맞는 구성으로 내년에는 보다 발전한 네트워크 형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DMZ조(북부)' 네트워크 활동인 동두천 턱거리마을 소개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DMZ조(북부)' 네트워크 활동인 동두천 턱거리마을 소개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DMZ조(북부)-느슨한 연대, 움직이는 에코뮤지엄 방향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DMZ조'는 동두천, 파주, 포천, 연천, 양주, 고양, 가평 등 7개의 다양한 지역 단체들이 느슨한 연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구체적으로는 ▲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동두천) ▲DMZ 문화예술공간 통(파주) ▲법원읍상인회(파주) ▲관인문화재생연구회(포천) ▲비무장사람들(연천) ▲청년망고 협동조합(양주)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고양) ▲고양아카이브 016(고양) ▲색현 마을발전소(가평) 등 단체가 모여, 느슨한 연대와 움직이는 에코뮤지엄 활동을 위한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DMZ조는 동두천 광암동에 조성한 턱거리사람들협동조합의 거점공간 '턱거리마을박물관'에 모여 ▲지역에서의 관계맺기 ▲지역 활성화 방안 ▲권역 내 연대 노력을 주제로 의견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먼저 지역에서의 관계맺기와 관련해선 단체 내 조합원들과 마을 주민, 지자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이며 생기는 입장차에 대한 어려움과 기획 및 단체 추진 인력의 지속성에 대한 어려움을 공유했다.

▲ 'DMZ조'가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DMZ조'가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활성화 방안도 주요한 논제였다. 문화 저변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지역이 많은 특성상 지자체의 문화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는 의견들이 오갔다. 사연이 담긴 지역의 특산물이나 먹거리의 상품화를 통해 주민 참여 및 활동이 수익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주민과 함께 지역 자원 발굴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상품화시키는 방안과 마을 대표상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속했다.

경기에코뮤지엄 거점 공간을 문화 플랫폼으로 조성해 지역의 이야기를 모으고, 축제를 통해 외부 관광객을 유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단체들은 농촌을 떠나는 현상 등으로 침체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경관 조성 및 생활문화 프로그램 운영, 관광코스 개발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이밖에도 네트워크를 단단하게 다지고 권역 안에서 연대하기 위해 다른 지역 활동에 참여하거나 SNS를 팔로잉하고 '#경기에코뮤지엄DMZ조' 해시태그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등의 의견들이 공유됐다.

이영란 턱거리마을박물관장은 “경기 북부지역은 남부지역과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가진 만큼 북부지역 중심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어떻게 연대하고 함께할 건가를 논의한 게 매우 의미 있었다”며 “그런데도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한계로 '느슨한 연대'를 고민했고, 각 지역 단체들의 노하우들을 공유하며 외연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별의별조(서남부)' 네트워크 활동인 평택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 소개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별의별조(서남부)-점·선·면 관계 유연하게 흐르는 네트워크

경기 서남부 지역 중심의 '별의별조'는 평택, 과천, 수원, 성남, 안성, 남양주, 여주 등 가장 광활한 지역의 단체들이 모여 구성됐다. ▲햇살사회복지회(평택) ▲평택섶길추진위원회(평택) ▲별별극장(과천) ▲색깔있는 그림자(수원)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성남) ▲한내미술연구회(안성) ▲공공예술들로화집단(남양주) ▲아름다운강천 사회적협동조합(여주) 등 8개 단체는 점-선-면으로 확장되는 관계 모델을 설정해, '확장', '나눔', '동행과 만남'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평택시 팽성읍에서 주민들과 지붕 없는 박물관을 조성하는 햇살사회복지회의 거점공간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에서 만난 별의별조는 햇살사회복지회가 기지촌여셩평화박물관을 거점으로 경기에코뮤지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문화적 접근을 통해 지역 주민 간 소통구조를 만들어간 방법 등을 공유하며 권역 내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 '별의별조'의 네트워크 활동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별의별조'의 네트워크 활동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별의별조는 사업에 대한 '확장'과 업무에 대한 '나눔(분장)'. 지역주민들과 예술로 함께하는 '동행과 만남'의 방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제주도와 춘천 등 지역 답사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경험했다.

서남부 권역으로 네트워크 형성이 되었지만 지역 안에서도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상이하다 보니 연결점을 찾기 어렵거나, 권역 내에서도 지역 간 거리가 멀어 현실적으로 잦은 교류가 어려운 점 등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 '별의별조'가 네트워크 활동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별의별조'가 네트워크 활동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석수정 별별문화기획 협동조합 대표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활성화된 네트워크 모임을 하며 사업의 시작과 끝에서만 만나는 게 아닌 사업 내내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체들이 생겨나 좋았다”며 “왕래가 잦지 않았던 단체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며 정보나 아이디어 고갈을 해소할 기회가 되기도 했고, 생각과 공부를 많이 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다만 “네트워크를 만든 권역별로 성과공유회 등이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며 “앞으로 보완점들을 개선해 탄탄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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