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에이펄스테크롤리지

설립 5년차…주파수 식별장치 제작
RFID 기술 탁월, 해외시장 진출

한국형 관리 시스템 최초 개발
200~300% 높은 인식률 자랑

㈜바인과 손잡고 기술 융합 나서
실시간 데이터 확인 솔루션 선봬

뒤섞이고 한가득 쌓인 물품을 직접 손쓰지 않아도, 머리로 기억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차곡차곡 정리된다면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물류'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고 간단하게 이뤄지는 온라인 쇼핑, 셀 수 없이 많아진 수요·품종 등의 여건을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업이 안고 있는 크나큰 과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6월 세계 20위권에 진입한 한국의 물류성과지수(LPI)를 발표하면서, '물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인천일보가 두 번째로 찾아간 기업 현장은 물류 자동화 기술과 연관돼있다.

설립 5년 차를 맞은 ㈜에이펄스테크롤리지는 물류관리 출입통제시스템, 산업용 단말기 연구개발 및 제조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다.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일명 '주파수 식별장치'로 불리는 RFID(Radio-Frezuency IDentificaton)이다. 아주 작은 반도체 칩으로 물류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게 ㈜에이펄스테크롤리지의 포부다. 독보적 RFID 기술을 통해 국내만 아니라 미국·중국·일본·터키 등 해외 시장까지 진출했으며,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던 2020~2022년 사이 매출 실적이 8억원에서 최대 15억원으로 87.5%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같은 기간 직원 수 역시 5명에서 12명으로 140%나 늘었다. 16건의 등록·출원 특허를 비롯해 수십건의 글로벌 수상 실적을 보유하는 등 강소기업 모델로서 성장하고 있다.

 

▲5초대에 '의류 500벌' 읽는다

호텔과 숙박업소, 병원 의류의 세탁은 전문 위탁업체가 처리하는 구조다. 하지만 대량으로 옷을 수거하고, 세탁하고, 다시 보내는 등 일련의 과정은 오류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세탁 누락, 오배송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 관계자 간 신뢰 저하는 물론 소비자 불만까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사람이 의류 분류와 작업 진행 상황을 꼼꼼히 기록한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하다. 이런 점에 ㈜에이펄스테크롤리지는 최초의 한국형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 김남중 ㈜에이펄스테크롤리지 대표가 의류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판별하는 자동화 기술 기기 앞에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기기는 경기도 융합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 김남중 ㈜에이펄스테크롤리지 대표가 의류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판별하는 자동화 기술 기기 앞에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기기는 경기도 융합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시스템의 작동 순서와 원리는 간단하게 이렇다. 장롱 크기만 한 무선인식 장비를 열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의 옷가지를 넣는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동하면 끝이다. 옷이 어디서 왔는지, 세탁은 됐는지, 특이사항은 무엇인지를 개별로 단번에 인식할 수 있다. 인식 범위는 사용자가 경우에 따라 추가하면 되기에 무한대라고 보면 된다. 옷에 RFID 전자태그가 붙어있고, 기계에는 이를 읽는 첨단 안테나가 내장돼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매우 작은 RFID는 1회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하다.

공인인증시험성적서를 보면, ㈜에이펄스테크롤리지의 해당 기술은 의류 500벌을 기준으로 100% 인식률을 보였다. 기계가 각 의류를 판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5.55초. 게다가 700벌까지 안정적으로 알아내는 성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건 해외 기술로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기업이 무선으로 인식하는 비슷한 기계를 내놔 판매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인식을 100% 하지 못하거나 구매비용이 5000~8000만원의 고가여서 국내에 안착하지 못했다.

㈜에이펄스테크롤리지 기계는 약 1000만원이다. 해외 기업은 기계 안에 구형 RF※ID 장비를 여러 대 붙이는 설계 방식이라 정확도는 떨어지고 비용은 상승한 반면, ㈜에이펄스테크롤리지는 1대 장비가 36개 안테나까지 커버하는 최신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에이펄스테크롤리지 RFID 기술은 기존시장의 제품보다 200~300% 높은 인식률을 자랑한다.

㈜에이펄스테크롤리지가 올해 융합하고 있는 ㈜바인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한 중소기업이다. 두 기업은 소비자까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고양시 한 업체가 기계에 관심을 보여 1대를 시판한 상태다.

▲ ‘주파수 식별장치’로 불리는 RFID 기술에 특화한 ㈜에이펄스테크롤리지 사무실 내부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안전하고 신뢰 있는' 물류 플랫폼

새로 등장한 이 기술은 산업 전반의 과제인 물류 자동화에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입고-적재-출고-재고조사 순으로 이뤄지는 기존 물류 체계는 '물품 일일 1000개 이상' 기준을 적용할 시 약 15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또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가며 관리하면서 재고 불일치 등의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조사 후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특성상 실시간 관리도 안 된다.

㈜에이펄스테크롤리지는 의류 인식 기계로 시작해 물류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하는 기술에 나아갈 계획이다. 기술이 완성되면 통상적으로 인건비 90%, 업무시간 80%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에이펄스테크롤리지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인력 의존도가 높은 물류 산업은 향후 인구감소, 고령화, 최저임금 상승 등 원인으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자동화가 고려돼야 할 시점이다.

▲ '주파수 식별장치'로 불리는 RFID 기술에 특화한 ㈜에이펄스테크롤리지 사무실 내부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 '주파수 식별장치'로 불리는 RFID 기술에 특화한 ㈜에이펄스테크롤리지 사무실 내부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물류 자동화의 핵심은 안전과 신뢰다. ㈜에이펄스테크롤리지는 국내·외 기업과 RFID 기술을 이용한 재고 관리 업무 파트너를 맺는 등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4월 튀르키예에서 건축물 자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붕괴사고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 2019년 부산 연재구 지하 매설물 위치 확인 시범사업에서도 적용한 바 있다. 일본 기린 맥주의 원료통 기한 등을 확인하는 작업도 ㈜에이펄스테크롤리지 RFID 기술로 이뤄지고 있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인터뷰] 김남중 (주)에이펄스테크롤리지 대표

“스마트 물류, 저비용 고효율 확신”

 

물류산업 기술 전환 논의 시점

기술력 키우기 위해 사업 참여

융합 토대 신기술 만들고 싶어

▲ 김남중 ㈜에이펄스테크롤리지 대표 인터뷰가 2023년 경기도 융합지원 사업에 참여한 소감 등을 말하고 있다.
▲ 김남중 ㈜에이펄스테크롤리지 대표가 2023년 경기도 융합지원 사업에 참여한 소감 등을 말하고 있다.

“한국의 물류 시장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마트 물류가 적용되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남중 ㈜에이펄스테크롤리지 대표는 21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물류산업과 관련한 기술전환이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시점이고,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융합사업에 참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기술력, 디자인, 사용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 걸쳐 두루 개선된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최종 도달점은 물류의 인공지능(AI).

김 대표는 “상품·서비스의 정보통신기술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 모든 회사의 꿈을 꼽자면 실시간 물류가 있을 것”이라며 “RFID로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고,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관리하고, 소프트웨어로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아마존도 로봇을 도입한 것이다. 시스템이 이제 변화하고 있는 국내는 오히려 새로운 기술이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사례를 든 아마존은 세계 최대 인터넷 종합쇼핑몰로, 2012년 물류창고로봇 '키바'를 도입해 물류센터 운영비용 20% 절감 및 재고 공간 50% 증대 등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중소기업 비즈니스 융합성장 지원'에 참여한 동기에 대해 '하나와 다른 하나가 모여 더욱 강한 두 개가 되는 실험'이었기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영향을 확장하고 싶어도 자금력이나 인력 등이 취약해 쉽지가 않다”며 “그런 의미에서 융합은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융합을 한다고 해도 컨설팅과 교육이 매우 어려운데, 경기도 사업은 이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융합 경험을 토대로 많은 중소기업이 한 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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