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덮고 고치려 하지 않는 정치권
▲ 화살(矢시)에 맞았는데 곪아서(疒녁) 병(疾질)이 생겼다. /그림=소헌
▲ 화살(矢시)에 맞았는데 곪아서(疒녁) 병(疾질)이 생겼다. /그림=소헌

'편작'은 주나라의 名醫(명의)다. 맥박을 짚어 진단하는데 탁월하였으며, 제나라 '환공'의 안색만을 보고도 병의 원인을 알아낸 유명한 일화가 있다. “군주의 병은 살갗에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깊은 병이 됩니다.” 환공이 말했다. “과인은 병이 없소.” 열흘 후. “군주의 병은 근육까지 도달했습니다.” 환공은 무시했다. 또 열흘 후. “병이 내장에 이르렀습니다. 골수에 이르면 방법이 없습니다.” 환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닷새 후 편작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진나라로 떠났고, 환공은 목숨을 잃었다. 출처 「한비자」 유로編.

 

2008년 진보와 보수로 비견되는 정권이 교체됨으로써 또다시 이념대립이 시작되었다. 광우병 촛불집회와 건국절 논란 등이 겹치면서 정치적 격변이 매우 심한 해였다.

①삼성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이건희는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특검은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거쳐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②국보 제1호 숭례문이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70대 남성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가 다행히 5년 뒤에 복구되었다. ③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이 취임사를 했다. 섬기는 정부, 경제발전 및 사회통합 등을 국정 방향으로 정했다. ④韓美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 미국산 소의 연령이나 부위에 제한이 없으며,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시민단체는 졸속 협상이라고 반발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결국 정부는 미국과 추가 협상하여 수입하는 소의 연령을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소의 머리뼈와 척수는 수입금지 품목에 넣었다.

⑤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남측 여성이 군사통제지역에 들어갔다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남측은 현장 조사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남측 책임이라며 대화를 거부했다. 남북관계는 대북전단 살포,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 등으로 경색했다. 급기야 북측은 개성관광 중단 등 '12·1조치'를 단행했다. ⑥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환율은 1,500원대까지 올랐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으며 부동산 거래는 끊겼다.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실물경제는 침체되었다. 손꼽을 만한 회사들이 도산하였다. ⑦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혈관질환으로 쓰러져 후계 및 체제 구도로 인한 동북아 정세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공개된 그의 사진들에서 왼쪽 팔의 부자연스러움이 드러났으나 꾸준히 공개활동을 하였다. ⑧'마린보이'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다.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던 수영에서 한국인이 딴 첫 금메달이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역도 사상 올림픽에서 거둔 처음이자 유일한 금메달이다.

 

疾 질 [병 / 괴로움]

①사람이 병이 들어 병상(爿장)에 눕거나 기댄 모습이 疒(병들 녁)이다. 疒(녁)은 대부분 疾病(질병)과 관련된 글자에 쓴다. ②화살(矢시)에 맞았는데 곪아서(疒녁) 병(疾질)이 생겼다. ③질주(疾走)는 빠르게 달리는 모습이다. 아프면(疾) 빨리 병원부터 달려가라.

護疾忌醫(호질기의) 병을 감싸고 치료하기를 꺼리다. 자기의 잘못이 있는데도 덮어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는 그릇된 태도를 비유한다. 民意(민의)를 따르지 않는 정치권의 상황을 말해준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天下之難事必作於易 天下之大事必作於細).” 한비자가 말했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 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 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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