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전투(14)

 『아까, 안전부에서 사로청위원장이 들어왔던데 봤는가?』

 『못 봤시오. 왜 왔습데까?』

 화영은 세대주(남편)가 밥공장에 왔다는 사실이 뜻밖이라는 듯 놀라는 빛을 보였다.

 『내일, 우당리에 모내기전투 나간다면서 부식물 구하러 왔던데……그 동무 교양은 잘 되었구먼. 여기까지 와서 화영 동무도 안 보고 기냥 갔는 걸 보면.』

 화영은 징징거리는 순미가 걱정되어서 그런지 세대주가 밥공장까지 왔다가 그냥 갔다는 사실이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공화국 남정네들 대다수가 가정 일에는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나 몰라라 하는 투라 서운한 느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녀는 살갑은 표정으로 공장장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뭔 부식물이 필요하답데까, 내한테는 말 한 마디 없이?』

 『찔개거리(반찬거리) 깐즈메 한 상자 실어줬어. 15일간이나 나가 있어야 된다는데 거, 고생이 좀 심하갓서…….』

 화영은 피익 웃으면서 사무실을 나왔다. 가제는 게 편이라더니……집에 남아 두 아이 거두면서 직장 다녀야 하는 여자 입장은 조금도 생각지 않고 그저 남자들 입장만 생각하는 공장장의 모습이 공화국 남정네들 표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도 세대주한테 두 아이 맡겨 놓고 모내기전투 나갈 일이 생기면 남정네들이 어떻게 나올까? 잘은 몰라도 김일성 원수님이나 지도자 동지한테 죽는다고 신소를 올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으니까 자꾸 웃음이 끓어올랐다. 화영은 작업반으로 들어가 먼저 나간다고 일러놓고 밥공장탁아소로 달려갔다.

 밥공장탁아소는 낙원군 내의 공장ㆍ기업소가 자영하는 탁아소 중에서는 가장 시설이 우수했다. 지난해 가을 지도자 동지의 배려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탁아소로 달려갈 때마다 화영은 조국에 대한 깊은 신뢰와 지도자 동지의 인덕정치에 기대가 컸다.

 그런 기대감과 신뢰감 때문인지 탁아소 현관 맞은편 벽 중앙에 걸려 있는 김일성 원수님과 지도자 동지의 초상화만 보아도 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원수님과 지도자 동지의 품안에서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손 모아 빌고 싶었다. 그녀는 탁아소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김일성 원수님 초상화를 향해 배례한 뒤 경비실 겸 보육원실로 쓰는 사무실을 향해 인사했다.

 『오늘 야간복뭅네까?』

 보육지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했다. 화영은 신발을 벗어 한 옆으로 밀어놓고 중앙복도를 따라 사뿐사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높은방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맞은편의 말떼기방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창문을 통해 말떼기방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훔쳐보다 2세 미만의 유아들이 앉아 있는 배밀이방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