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쏠림 현상 가속화…개발은 아직 미완성

경제구역 순이동 인구 30만2380명
인천 밖 유입 39%…나머진 내부 이동

전입 목적 '주택'…도심간 불균형 초래
아파트 단지 점령 속 개발 속도 더뎌

미단시티 등 굵직한 사업 장기간 표류
청라시티타워 공사비 갈등 착공 지연

인천경제자유구역 20년 변화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인구다. 2003년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을 당시 송도·영종·청라를 합쳐 2만5778명이었던 인구수는 20년 만에 43만3084명(8월 말 기준)으로 급증했다. 청라국제도시는 11만4161명으로, 이미 계획 인구(9만8060명)를 넘어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향한 인구는 어디서 왔을까. 12일 인천연구원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순이동 인구 30만2380명 가운데 인천 밖에서의 유입은 11만9315명(39%)에 그쳤다. 절반이 훌쩍 넘는 18만3065명(61%)은 인천 내부에서 이동한 셈이다.

▲ 영종국제도시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 영종국제도시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불균형 가속화한 '아파트 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은 대규모 주거 단지를 동반했다. 올 상반기 기준 송도·영종·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보급된 주택은 총 14만1463세대에 이른다. 20년 전인 2003년 1만2100세대에서 10배 넘게 늘어난 숫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의 유입, 거꾸로 말하면 기존 시가지 인구 유출은 주택 건설에서 비롯한다. 인천연구원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입 목적을 분석한 결과, 인천 내부에서 이동한 인구 가운데 60%는 '주택'을 꼽았다.

주거지뿐 아니라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경제자유구역 쏠림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수립한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 위협 요인으로 “인근 구도심 산업단지(남동공단 등)와의 분절적 발전”을 꼽기도 했다.

이왕기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우수한 주거환경과 일자리를 제공해 외부로부터 인구를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인천 내에서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유출이 많아지면서 인구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내부 인구 이동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 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2032년' 개발은 미완성

아파트 단지가 채워지는 동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도시 개발율이 86.6%라고 밝혔다. 영종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는 각각 80.8%, 93.6%로 집계됐다.

개발율은 100%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당초 계획을 고려하면 개발이 완성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209.4㎢에 달했다. 현재 면적은 송도(53.36㎢)·영종(51.26㎢)·청라(17.8㎢)를 합쳐 122.42㎢ 수준으로 줄었다.

경제자유구역 축소는 개발 지연에서 비롯했다. 지정 10년을 맞았던 2013년 면적도 169.5㎢로 줄어든 상황이었으나, 미개발지는 99.5㎢(58.7%)로 절반이 넘었다. 당시까지도 영종국제도시에서 38.4㎢는 개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산업부가 경제성 악화, 사업 불투명 등을 사유로 경제자유구역 구조조정을 주문한 배경이다.

면적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사업 기간은 계속 늦춰졌다. 2020년까지로 수립됐던 개발 완료 시기는 '제1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에서 2022년으로, 2차 계획에선 2027년으로 조정됐다. 산업부는 올 하반기 3차 계획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등 핵심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오는 2032년까지 개발 계획 완료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복합 리조트 건설 공사가 수년째 중단된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골든테라시티) 사업 부지.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복합 리조트 건설 공사가 수년째 중단된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골든테라시티) 사업 부지.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장기간 표류 중인 대형 프로젝트

경제자유구역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기까진 지지부진한 대형 프로젝트들도 한몫했다. 굵직한 사업들은 장기간 표류하며 개발에 걸림돌이 됐다.

최근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백지화한 '케이팝(K-POP) 콘텐츠 시티'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송도국제도시 8공구에 민간 투자로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던 이 사업이 좌초되면서 'R2 블록' 부지 개발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연수구을) 의원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자본 유치를 핑계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종국제도시에 복합 리조트를 짓는 미단시티(골든테라시티) 사업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 건설 공사가 투자 문제로 재개되지 않으면서 2020년 2월부터 공정률 25%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구 운북동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단시티 사업 규모는 271만3000㎡에 이른다.

▲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6월15일 ‘청라시티타워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6월15일 ‘청라시티타워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라국제도시에 국내 최고 높이(448m) 전망대를 건립하는 청라시티타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사업자가 공사비 부담을 둘러싼 갈등을 겪으면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6월 LH와 협약을 체결해 민간 사업 시행자를 통해 추진하던 방식을 변경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청라시티타워 사업 주체인 LH가 직접 시공사를 선정해 건설하고, 인천경제청이 타워를 관리·운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경제구역 더 늘어날까…추가지정 수면위

▲ 수도권매립지. /인천일보 DB
▲ 수도권매립지. /인천일보 DB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정 20년 만에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바로 구역 확대 움직임이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둘러싼 논의가 없진 않았다. 기존 구역 미개발지는 해제 운명에 처해졌지만, 원도심과 섬 지역까지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10여년 전부터 추가 지정이 언급됐던 '강화 남단'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7월 강화군 화도면·길상면·양도면 등 강화 남단(18.92㎢)과 서구 수도권매립지 일원(16.85㎢)을 아우르는 '경제자유구역 확대(북부권) 지정 및 개발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핵심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와 연계된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제물포 경제자유구역(가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중구 항동 일원(6.06㎢)를 대상으로 하는 용역 과업에는 “전통과 역사를 살린 하버시티 건설을 최종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옛 송도유원지 일대(3.16㎢)를 송도국제도시와 묶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용역도 착수됐다. 인천경제청은 “바이오 등 첨단산업 생태계 확장에 따른 투자 유치 용지가 부족하다”며 “내년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화 남단을 비롯해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대상지 면적은 총 44.99㎢에 이른다. 송도·영종·청라를 합친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122.42㎢)의 36.8%에 해당한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가시화하고, 혁신적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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