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메워 성장동력 창출…글로벌 도시로 비상

2003년 국내 첫 지정…성장 가속화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위상 확보
청라, 금융·유통 첨단산업 중심지로
영종, 물류·관광도시 힘찬 날갯짓

2002년 초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육성을 위한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경제특구 지정 계획도 담겼다. 공항과 항만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특구 개발에서 첫 번째 대상지는 인천일 수밖에 없었다. 2003년 8월 정부는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FEZ)으로 인천 송도·영종·청라를 지정했고, 그해 10월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개청했다. 지난 20년간 바다를 메운 땅에 들어선 국제도시는 신산업 거점으로 도약했다. 개발 장기화, 국내외 특구와의 경쟁, 도심 불균형 발전과 같은 한계도 안았다. 빛과 그늘을 동시에 드리운 경제자유구역은 현재진행형이자,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122.42㎢. 인천 전체 면적(1067.04㎢)에서 11.5%를 차지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매립지에서 출발했다. 송도는 1994년 매립 공사가 첫 삽을 떴고, 영종도에서도 1992년 신공항 부지 조성이 착수됐다. 청라는 일찌감치 '동아 매립지'로 불렸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이들 구역은 마천루와 첨단 산업, 문화 시설로 채워지며 상전벽해를 거듭해왔다.

▲ 갯벌을 메운 땅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갯벌을 메운 땅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바다를 메운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2003년까지만 해도 송도·영종·청라 모두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당시 인구 2만5778명이었다. 외투 기업도 3개에 불과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인구 43만3084명(8월 말 기준)에 이르는 경제권으로 만들었다. 외투 기업은 206개로 불어났고, 외국인 수도 같은 기간 415명에서 8299명으로 늘면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2003년 시행된 경제자유구역법은 제1조에서 '외국인 투자와 기업 유치 촉진'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경제특구 취지에 맞춰 입주 기업에 대해선 조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 행정 지원 등 혜택을 부여한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이 9곳으로 확대되기까지 인천은 견인차 구실을 했다. 전체 경제자유구역 외국인 직접 투자(FDI) 누적 신고액은 총 208억 달러(지난해 말 기준)인데, 이 가운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147억5600만 달러를 차지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10년을 맞았던 2013년 49억34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걸 고려하면 투자 유치는 최근 10년간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외국 자본 유치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 매립지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탈바꿈한 청라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매립지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탈바꿈한 청라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바이오 허브'에서 '레저·금융'까지

공항과 항만 인프라를 지닌 인천은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다졌다. 송도·영종·청라로 나뉜 지구별 특색을 살린 개발 전략은 신성장 동력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이미 '바이오 클러스터'로 위상을 확보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은 올해 기준 116만ℓ로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 등 이른바 '빅3' 바이오 기업에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글로벌 원부자재 기업들도 대규모 연구·제조시설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청라국제도시는 금융과 유통, 첨단산업 중심지로 개발되고 있다. 1단계 통합 데이터센터, 2단계 인재개발원에 이어 그룹 본사가 들어서는 하나드림타운 조성 사업은 청라를 금융 허브로 도약시킬 발판으로 기대를 모은다. BMW 연구개발 센터가 들어서는 도시첨단산업단지(IHP)와 로봇랜드를 중심으로 신산업 클러스터도 만들어지고 있다.

영종국제도시에선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물류·관광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특히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는 인천공항 인근 국제업무지구 430만㎡ 면적 부지에 호텔·공연장·마이스(MICE) 시설 등을 갖춰 올해 안에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파라다이스시티도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열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복합 리조트는 공항을 중심으로 영종국제도시를 동북아 관광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필수 시설”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갯벌을 메운 땅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 갯벌을 메운 땅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기구·학교 모인 명실상부 국제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국제도시 정체성을 공고히 한 배경에는 국제기구가 있었다. 2006년 송도국제도시 지(G)타워에 입주한 아태정보통신기술정보센터(UN APCICT)를 시작으로 2017년 유엔거버넌스센터까지 15개 국제기구가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지난 2013년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유치하면서 인천은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GCF는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분야 사업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는 한국뉴욕주립대를 비롯해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등 5개 외국 대학이 입주했다. 스탠포드대학교 부설 연구소인 '한국 스탠포드센터(SCIGC)'도 스마트시티 기술과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20년 만에 인천과 같은 빠른 속도로 글로벌 도시를 만들어낸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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