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정치, 권력 좇아 모이고 헤어지길 반복
▲ 여러 마리의 새(隹+隹+隹)가 앉은 나무(木)를 간략히 集(모을 집)으로 썼다. /그림=소헌

조선의 제14대 국왕 선조(재위.1567~1608)는 명종이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나자, 그 양자로서 왕위를 계승하였다. 최초의 서자 가문 출신에 방계 혈통의 왕으로서 역사상 가장 무능한 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당파싸움'은 선조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吏曹(이조)의 銓郞(전랑) 자리를 놓고 파벌이 나뉘었다, 전랑은 인사행정을 담당하는 요직으로서 三司(삼사) 관직의 임명동의권과 자신의 후임자를 추천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어 권한이 막강하였다. 누가 전랑직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향배가 결정되었다. 그 자리에 영남학파(퇴계학파)는 김효원을 옹호하였으며, 기호학파(율곡학파)는 심의겸을 두둔하고 편들었다.

이를 계기로 東西分黨(동서분당.1575) 사건이 발생하였고, 사림(유림)은 東人과 西人으로 분열되어 당쟁이 시작되었다. 「경국대전」에는 본래 朋黨(붕당) 형성은 범죄행위로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들어 있다. 하지만 '정치란 소인배를 배제한 군자당이 주도해야 한다'며 조정을 장악한 사림의 논리를 수용하게 된다. 이후 붕당정치에 의한 비판과 견제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으나, 더욱 심한 四色(4색-노론.소론.남인.북인) 당쟁으로 퍼지며 국정을 혼란하게 하였다. 기축옥사(1589)는 당쟁에 의한 권력투쟁의 불을 당긴 사건이다. '정여립'이 반란을 꾀한다는 告變(고변)으로 1,000명의 동인이 유배나 사형에 처해졌다. 물론 서인은 정권을 재탈환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임진왜란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극심한 당쟁으로 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2002년도는 한국인들에게 상징으로 남는 해다. 아울러 1988년과 함께 한국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①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에 진출하였다. 붉은 물결로 넘쳐흐르게 한 붉은악마의 응원 열풍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으며, 해외동포를 포함한 한겨레가 하나되는 감동을 선사했다. ②21세기 첫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이번 16대 대선은 '3김 시대'의 퇴조를 알리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간 양강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후 투표 하루 전날 정몽준이 지지를 철회하였지만, 결국 노무현은 57만 표 차이로 당선에 성공한다. ③월드컵이 끝나갈 무렵(6.29)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는 남북한 해군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제2연평해전).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들어와 아군 고속정에 선제포격을 가했다. 이로써 장병 4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이 교전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으나 북측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대화·교류가 재개됐다. ④여중생 2명(신효순.심미선)이 미2사단 소속 장갑차에 압사당했다(6.13). 운전병과 관제병은 미군사법원으로부터 무죄평결을 받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에 수많은 民人은 항의와 부시 대통령 사과, SOFA 개정 등을 요구하는 규탄대회에 참여하고 촛불시위를 이었다. ⑤한국 최초로 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으로 진입하였다. 이로부터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점이 되었다. ⑥태풍 루사(RUSA)가 한강토를 강타하여 246명의 인명피해와 사상 최대의 재산피해를 기록했다.

 

集 집 [모으다 / 이루다]

①꽁지가 짧고 똥똥한 작은 새는 隹(추), 길고 큰 새는 鳥(조)라 한다. ②새(隹)가 나무(木)에 모여드는 모습이 集(모을 집)이다. ③원래는 여러 마리의 새(隹+隹+隹)가 앉은 雧(집)으로 썼다.

이합집산(離合集散). 헤어졌다가 다시 모여 합쳤다가 또다시 흩어진다. '철새정치'는 권력을 쫓아 모이고 헤어지길 반복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별칭이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 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 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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