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의 '인천크래프트'는 '2023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10주년 특별상을 수상했다.'마인크래프트(Mine craft)'를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인천의 과거·현재·미래 모습을 구현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체험하게 한 캠페인 기획력이 우수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제공=인천시

메타버스가 활용도 높은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모여야 한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재미'가 수반돼야 하고, 이런 즐거움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내 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게임 서비스에서는 게임머니가 될 수 있고, 더 큰 범주로는 가상공간 내 주어진 도구로 자신의 공간을 창출해 내는 희열이 될 수 있겠다.

인천 역시 세계적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를 활용한 인천크래프트를 선보이고 있다. 재미와 참여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메타버스로 평가된다. 반면 내년 2월 출시를 앞둔 인천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우려는 크다. 인천이 구현해 내는 공공 서비스는 메타버스 성공 공식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 인천크래프트 UAM 튜토리얼, /사진=Mar마르 유튜브 갈무리
▲ 인천크래프트 UAM 튜토리얼, /사진=Mar마르 유튜브 갈무리

▲게임 기반, 10대 청소년 잡은 인천크래프트

“2040년 세상의 발전으로 인간은 점차 AI 기술에 의존하게 됐다.”

“통제되지 않은 AI 로봇들로부터 많은 시민을 구하기 위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 UAM을 개발했다.”

항공의 날을 맞아 지난해 11월1일 공개된 '인천크래프트 UAM 게임 콘텐츠'는 이러한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게임 튜토리얼에 접속하면 정교하게 구현된 UAM 이착륙장, 즉 버티포트가 펼쳐진다. 해당 가상 현실 속에서 '나'는 AI로봇으로부터 인천 시민을 구하게 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임무를 수행한다.

도시 마케팅 사업 일환으로 당시 해당 게임 콘텐츠 제작과 공모전 등 3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한 인천크래프트는 10대 청소년들의 게임 기반 선호를 제대로 공략했다.

시에 따르면 콘텐츠 공개일인 11월과 12월 추산 결과 게임 서버 이용자는 14만명이다. 이외 해당 게임과 연계된 공모전, 유튜브 영상,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 참여자까지 모두 포함하면 81만명에 이른다.

세계적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인천을 가상 세계로 구현한 인천크래프트는 2020년 처음 출시됐다. 이후 백범 김구 탄생일에 맞춰 공개된 독립운동 콘텐츠 '1945',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스토리텔링해 담은 '시간여행자의 도시' 등에 매년 평균 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최근에는 더 샌드박스와 함께 인천상륙작전 관련 콘텐츠를 선보였다. 게임 내 대체불가능토큰(NFT)도 9월 말 기준 400개가량을 판매했고, 이를 통해 모인 1000만원가량의 기부금을 6·25 참전 용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오는 10월15일에는 가상 경제시스템을 탑재해 서버 이용자들이 벤처기업을 만드는 콘텐츠가 추가로 공개된다. 일종의 '부루마불' 형태로 가상 공간에서 돈을 벌어 건물을 사고, 기부도 할 수 있는 형태다.

시 관계자는 “인천크래프트는 메타버스를 통해 인천을 알게 하고, 호감을 갖게끔 하는 게 목적”이라며 “단순 게임 콘텐츠 제공을 넘어 유튜브 영상 제작이나 체험부스 운영, 박람회 개최 등 오프라인과 연계하는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라고 밝혔다.

 

▲인천 메타버스 내년 2월 출시…기존 전철 밟을까

지난 6월 사업비 9억5600만원을 투입해 구축 중인 인천 메타버스는 공공서비스 목적의 플랫폼이다. 그간 추진한 민간 컨소시엄 형태 프로젝트나, 게임을 기반해 도시 브랜드를 홍보하는 메타버스와는 궤를 달리한다.

시청사 주변과 애뜰광장 등을 가상 현실화해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가령 시청사에서 각종 행사나 전시회 등이 진행되면,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이를 구현해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의자, 테이블, 천막, 부스 등 다양한 도구들도 배치된다. 이를 옮길 수도 있고, 이곳에서 또 다른 나만의 공간 역시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 메타버스는 서울과 경북도가 그랬던 것처럼 제페토나 디토랜드 등을 이용해 앱이 탄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들의 청사 주변을 가상 공간화한 형식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만연하다. 지난해부터 서울·부산 등 14개 광역자치단체가 홍보 목적 등으로 뛰어든 상태다.

결과는 어떨까. 올해 메타버스 서울의 누적 앱 다운로드 횟수는 1만여건, 일일 평균 방문자 수는 400여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8월 PC버전도 출시했지만, 인기는 시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뒤늦은 후발주자로 출발한 인천 메타버스도 앞선 지자체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영역에서의 메타버스 도입보다는 민간 주도 활용을 위한 정부 차원의 R&D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는 앱에 구현한 가상공간뿐 아니라 해상도가 월등히 뛰어난 게임엔진을 도입해 인천 대표 관광명소 월미도를 초실감형 도시로 구현하는 등 차별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선 1년간 총력을 기울여서 운영과 관련한 부분을 하려고 한다”며 “이후 개선점이 도출되면 추가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령별 맞춤 서비스 공략…콘텐츠 다양화 필요

▲ ‘인천상륙작전’을 메타버스 콘텐츠로 재현했다. /사진=더 샌드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 ‘인천상륙작전’을 메타버스 콘텐츠로 재현했다. /사진=더 샌드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XR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과 향후 공공서비스 목적으로 선보여질 인천 메타버스 플랫폼. 이 둘은 관광과 행정이라는 틀에서 출발한 메타버스 서비스다.

하지만 이는 메타버스 이용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콘텐츠라는 지적이다. 청소년 이용이 많고 게임 기반 서비스 선호가 큰 산업인 만큼 특성을 살린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메타버스 이용 현황 및 이용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응답자 9941명 중 단 4.2%인 417명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 메타버스 이용률을 보면 6~10세 미만이 20.1%로 가장 높고, 10대가 19.1%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8.2%)와 30대(3.1%), 40대(2.5%) 순으로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률은 낮았다.

이용 플랫폼도 게임 기반이 많았다. 닌텐도가 제작한 동물의 숲이 26.9%,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가 26.6%였다. 픽셀이나 레고 모양의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세계에서 스스로 게임을 만드는 마인크래프트(19.9%)와 로블록스(16.2%)가 뒤를 이었다.

메타버스 이용 목적은 '게임, 월드 등 메타버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69.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업무(회의, 사업설명회 포함) 등에 필요해서'는 2.1%, '여행, 쇼핑 등의 체험이 재미있어서'는 1.2%였다.

김윤화 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메타버스 서비스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주 사용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층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와 마케팅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기성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 다양화와 편의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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