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체 쓰려고 태어난 것 같죠" 소감
'추사(秋史) 선생을 보는 듯하다'
서예가 심은(沈隱) 전정우 선생의 추사서를 본 이들의 하나같은 평가다. 우리나라 최고 명필 추사 김정희 선생의 붓끝에서 탄생한듯한 필의와 특징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다.
1150여종의 천자문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 서예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심은 선생이 서예사에 또 하나의 변환과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 달 4일부터 17일 마루아트센터에서 국내 서예가 최초로 오직 추사체로만 채운 개인전 '심은 전정우 추사전'을 연다. “서세(逝世) 167년이 되었지만 어떤 서예가도 그분의 필력과 생전의 작품세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서예가에서는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쉽사리 변하지 않았죠. 그 맥을 이어간다는 게 사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처음부터 추사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업에 몰두할 생각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추사서를 탐구해 온 심은이었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러다 지난해 추사 선생을 수십년간 연구해 온 인물과의 우연한 만남을 기점으로 추사서의 본질 찾기에 온 힘을 쏟았다.
“추사는 히말라야 14좌에 해당하는 분입니다. 14좌를 정복하려면 명산을 다 섭렵하고 가야 하는데 지리산정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추사체를 못 쓰는 이유죠.”
“약 7개월간 작품을 집중적으로 쓰면서 내 안에서 수많은 산을 올랐습니다. 고봉에 올랐는데 엄준한 산이 계속 있었죠. 정말 무수히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추사가 왜 이렇게 썼는지, 나는 여기서 어떻게 써 나갈 것인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예서, 행서, 초서 등 추사 선생의 필의를 원용한 천자문 작품부터 심은 특유의 새로운 서체와 추사체를 접목한 창작작품까지 그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 중 50∼60점이 개인전에 오른다.
나고 자란 인천 강화에 천자문 서예관을 지을 정도로 수십년간 천자문의 매력에 붙들려 살았던 심은에게 이번 추사전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한 새로운 도전, 그 이상의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면 천자문을 쓸 때는 천자문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돌이켜보니 내 인생은, 나는 추사체를 쓰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서예 역사에서 가장 으뜸인 추사 선생의 작품세계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필획의 강건성, 생동감과 입체감,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 때로는 괴기함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추사서의 매력과 깊이를 말이죠.”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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