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블루스 40여년 거장
23일 트라이보울 콘서트
개성 만점 가수 3인 무대

트레이드 마크 백발·기타
허스키목소리 기대 만발

'한국블루스의 거장이자 살아있는 전설.' 그를 수식하는 많은 표현 속에는 그가 지나온 발자취와 진한 음악인생이 녹아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한국적인' 토종 블루스를 정립시켰으며, 40여년 넘게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오고 있다.

역사적인 밴드 '신촌블루스'의 수장이자 핵심 인물로 불리는 엄인호를 오는 23일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앞두고 만났다.

“코로나로 거의 3년 정도 공연장에 오르지 못했어요. 아까운 시간이 그냥 흘러가더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앨범 작업에 몰두했죠. 그렇게 엘피 두 장을 냈어요. 우리 음악이 아날로그라 일부러 앨범 표지도 올드하게 얼굴 사진 크게 넣었어요. 요즘은 인물 사진 넣으면 옛날 방식이라고 하던데요?"

누구나 엄인호 하면 한국블루스라는 공식을 떠올린다. 그가 외국곡을 들고 무대에 오르는 일은 없다. 대신 우리의 감성과 언어가 담긴 곡을 택한다.

그는 “우리가 만든 곡을 듣고 싶은거지, 우리 무대에서 외국곡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깊이를 모르지 않겠냐”면서 “우리 팀에서는 외국곡을 하지 않는다. 언어적 교감이 곧 감정의 교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애정 있는 곡이 무엇인지 묻자 예상과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신촌블루스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골목길', '아쉬움'을 제치고 '붉은노을'이라는 것이다.

“집에 가는 길에 벽제화장장(현 서울시립승화원)을 지나곤 했는데 그 언덕을 보면서 생각했죠. '김현식도, 우리 할머니도 저기를 지났겠구나. 나도 언젠가 저 언덕을 올라가겠지' 하고요. 그때 서쪽 노을을 보니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렇게 붉은노을의 가사가 나왔죠. 우리 노래하는 후배 놈들한테 얘기해요. 내가 만약에 그 언덕을 올라가는 날이 오면 내 영정을 들고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요. 아 참, 이문세의 붉은노을과는 제목만 같고 다른 노래랍니다.”

최근에 발매한 앨범까지 수많은 곡을 들고 공연장에 오르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전념하고 있는 그의 얼굴은 오랜만에 인천에서 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인터뷰 내내 입가에 맴도는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정말 오래전에 송도에서 공연 한 번 했었죠. 80년대 잘 됐어요. 그때의 향수가 있죠. 그래서 인천에서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최근 들어 인천에서 공연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원하고 기다렸던 공연이죠. ”

“이번에 가수가 3명인데 각자의 개성이 다 달라요. 신촌블루스는 역시 볼거리가 있는 공연이라 느끼실 거예요. 저는 항상 노래에 승부를 걸어요. 생활은 참 지독히 영화처럼 살았는데 연주도 그렇고 곡 쓰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진지합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역시 신촌블루스 엄인호는 이런 거를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엄인호의 신촌블루스는 살아있구나 할 거예요.”

인터뷰 끝 무렵 엄인호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긴 백발을 풀어헤치고 기타를 잡았다. 손에서 튕기는 기타 줄의 선율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입혀졌다. 한국블루스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유에 대한 답이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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