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노년에도 지능과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식은 책을 통해서만 습득되는 것이 아니고, 여행을 통해서도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축적된다. 그래서 누군가 이야기하기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 다니며 하는 독서다.”고 말했다. 글은 책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고, 걸어 다니며 보는 세상이 곧 텍스트(text)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성 아우구스투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지 않으면 그 책의 단 한 페이지만 읽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학문이 축적되어 학교에서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지만, 근대 이전 사회에서 학자들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나갔다. 마르코 폴로가 그랬고, 르네 데카르트, 애덤 스미스, 괴테, 니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가 세상을 여행하며 경험과 지식을 축적했다. 실크로드를 세상에 알린 마르코 폴로는 17세(1271년)에 아버지·삼촌과 함께 동방 여행을 떠나 무려 24년을 돌아다니다, 41세(1295년)가 되어서야 베네치아로 돌아와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을 남겼다. 근대철학의 문을 연 르네 데카르트는 대학을 졸업한 후 더는 책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여행을 통해 세상을 공부하기 위해 당시에 새로운 문물과 사상의 중심지인 암스테르담으로 가서 학문과 지식을 쌓아 '근대철학'의 토대를 세웠다. 애덤 스미스는 글래스고대학 교수로 재직 중 유럽 여행을 떠나는 귀족자제의 개인교수를 제안받아 함께 2년에 걸쳐 유럽 사회를 돌아다닌 후, 당시에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국부론>이라는 역작을 저술하였다.
인천에도 이런 분이 있다. 바로 세계 여행가로 알려진 김찬삼 선생이다. 인천고 지리 선생님이었던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일주를 시도하며 160여개 나라 1000여개의 도시를 방문한 기록을 모아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펴내 사람들에게 넓은 세계에 눈을 뜨게 하였다. 김찬삼 선생은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세계지도를 벽에 붙여놓고 “마르코 폴로가 서방에서 동방으로 왔다면, 언젠가 나는 동방에서 서방으로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한국의 가을은 정말 명품이다. 가을에는 독서도 좋지만, 독서는 가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하고, 가을에는 걸어 다니며 하는 독서인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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