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3년 포천시에서 논쟁이 붙었다. 포천이라는 지명이 역사에 등장한 게 언제냐가 초점이었다. 통설은 조선 태종 13년 즉 1413년 포천군이 탄생했다는 기록을 내세웠다. 따라서 2013년이 '포천 600'주년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부 향토사학자는 고려 성종 14년 즉 995년에 십도제를 실시하면서 포천군이 등장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무려 1018년 전에 포천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느 쪽이 맞느냐는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포천이라는 고장은 최소 600년, 최고 한 밀레니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는 점만은 기억하자.
지난주 포천시의회가 '시 상징물 조례 일부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찬성 2표, 반대 4표. 도시브랜드 변경을 추진해온 현 시장과 같은 당 의원들은 찬성, 상대 당은 반대였다. 시장은 시 승격 20주년(2023년 10월)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도시브랜드(BI) 교체를 추진해왔다. 시 예산이 2000만원 들었다. 새로운 마크 도안이 완성되어 선까지 보였다. 하지만 조례 개정 부결로 볕을 보지 못하게 됐다. 만약 시의회에서 통과되었다면, 이미지통합(CI)을 위해 수많은 시 상징과 간판을 바꿔 달아야 했을 것이다. 또한 각종 문서도 새롭게 인쇄해야 한다. 여기에 시안 마련 비용의 몇 곱절이 들었을 게다.
지금의 BI는 2020년 만들어졌다. 현 시장의 바로 전임 시절이었다. 슬로건은 '평화로 만들어 가는 행운의 도시 포천', 이미지는 네 잎 클로버를 마치 손을 맞잡은 네 사람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흥미롭게도 이 BI는 2022년 어느 언론사가 주최하는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태어난 지 3년, 상 탄 지 1년 만에 사라질 위기를 넘긴 BI가 앞으로 얼마나 더 포천의 도시브랜드 역할을 할까 궁금해진다. 사실 그 이전의 포천 BI는 '무궁무진 포천'이라는 슬로건 밑에 뫼비우스의 띠 같은 무한대 도안을 넣은 것이었다. 민선 5기인 2009년에 채택됐다.
지난해 민선 8기 선출 이후 새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이 전임이 타던 멀쩡한 관용차를 교체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BI와 CI도 싹 바꾸고 싶었을 터이다. BI와 CI는 도시정체성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 30년 동안 성공한 도시브랜드가 대체 몇 개나 되나. 단체장 바뀔 때마다. 거기서 거기인 것들을 세금 들여 바꾸는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역사가 담기고 미래가 엿보여서 사랑받는, 그런 작품을 내놓는 일이 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도시의 건투를 빈다.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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