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광주국제영화제(10월25∼31일)에 참석차, 광주를 다녀왔다. 개막일부터 첫 이틀과 이번 주 화·수 이틀, 총 나흘간. 그 2박 4일 간, 난 오랜 동안 잊지 못할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일본 영화의 두 거장, 미조구치 겐지와 이마무라 쇼헤이의 초기작들에 완전히 매료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프로그램 외적 요인들 때문이었다.
 그 첫째가 야외에서 열린 개막식이었다. 부산 영화제도 첫회부터 2000년 제5회까지는 야외에서 개막식을 치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부산 수영만 요트 경기장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광주는 그런데 도청 앞 5·18 광장에서, 그것도 차량 통제까지 해가며 치르는 것이 아닌가. 개막식 입장권 따위는 당연히 필요 없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었다.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란 물론 여간 어렵지 않았겠지만. 한마디로 그건 광주만이 할 수 있을 법한, 지극히 서민적이며 민주적인 행사 진행이었다. (SBS가 생중계하는 통에 그랬겠으나) 홍보대사 장나라를 비롯해 강타, 왁스, 주얼리 등 인기 가수들이 불필요하게 많이 나오는 건 아닌가 싶은 회의가 들어 다소 거슬리긴 했지만 말이다.
 개막 다음 날 오전 11시쯤 지나 광주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열린 심포지엄이 내게 두번째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지역문화산업을 위한 영화제 활성화 방안’이란 지나치게 원론적이며, 그래 별다른 구미가 당기지 않는 심포지엄이. 난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몇명 되지 않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행사장 맨 뒤의 보조석까지 다 차는 게 아닌가. 어림잡아 100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더욱 인상적인 건 참석자들의 진지한 태도였다. 좀처럼 이동하지 않은 채 두 시간 가까운 심포지엄에 적극 동참하는 게 아닌가. 순간 “역시 광주”란 생각이 또다시 내 뇌리를 스쳤다.
 마지막으로 강한 인상은 2001년에 비해 현격히 늘어난 관객들이었다. 2001년 내가 본 영화들은 두 세편의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 20∼30명 전후의 관객들밖에 없었다. 올해는 그러나 어디를 가도 그 수치가 증가해 있었다. 작년에는 매진된 작품이 있다는 얘기조차 들은 적이 없건만, 올해는 두 차례 상영된 정준호-이은주 주연의 개막작 ‘하얀방’(감독·임창재)을 비롯해 꽤 여러 편이 매진을 기록했다. 330여석의 씨네시티 극장에서 본 두 작품, ‘언러브드’와 ‘늪’도 거의 매진이었다. 심지어 ‘마스터 디렉터’로 소개된 장-뤽 고다르 작품 중 ‘오른쪽에 주의하라’마저도 매진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광주영화제는 물론 여전히 썰렁하고 엉성하며 서툴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도 다소 무거운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1년새 이루어진 변화는 단연 주목할 만했다. 3억원에서 6억원대로 배가되었다는 예산처럼. 벌써 광주영화제의 내년이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발전가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진정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인 것이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