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도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는 필수요소이다. 교통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시장(쇼핑)·교육·여가·휴식 등 기본적인 도시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는 철도역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고, 자동차 등장 후에는 고속도로를 통해 도시들이 연계되어 발전하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철도·고속도로가 전혀 연결 안 된 지자체가 6곳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인천 강화이고, 나머지는 경기도 연천, 강원도 화천·양구, 경상북도 영양, 경상남도 의령이다.

이들 지역의 교통인프라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째, 경기도 연천군은 최전방 지역으로 서울∼연천고속도로가 건설될 계획이다. 둘째, 강원도 양구군과 화천군도 최전방지역으로 두 지역 모두 춘천-속초선 건설이 확정되어 양구역과 화천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셋째, 경상북도 영양군은 인구가 가장 작은 지자체로 2021년 7월 기준 1만6396명이 거주하고 있다. 비록 영양군으로 고속도로가 직접 지나가지는 않지만, 인근에 당진∼영덕고속도로 영양 IC가 군과 바로 인접해 있다. 넷째, 경상남도 의령군(인구 2만6000명)도 고속도로가 직접 통과하지는 않지만, 중부내륙과 남해고속, 통영∼대전고속도로가 의령군을 에워싸고 있다.

위 내용을 정리하면, 연천·양구·화천은 북한과 마주 접한 최전방지역이기 때문에 교통 접근성의 제약을 받았고, 영양과 의령은 인근에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어 교통 접근성에 큰 불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강화도는 왜 아직 철도나 고속도로가 들어서지 않았는가? 첫째 인천의 정치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둘째 인천시와 중앙정부 모두 강화도에 대한 관심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30년 전만 해도 강화도 땅 한 평 팔면 김포 땅 10평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교가 안 됐는데, 이제는 거꾸로 김포 땅 한 평 팔면 강화도 땅 10평 산다는 말이 나올 듯하다. 그만큼 강화도가 (푸대접이 아니라) 무대접을 받아 가깝고도 먼 오지로 남아있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2024년까지 계양∼강화고속도로 사업노선에 대해 실시설계를 하고, 2025년 사업을 착공하여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천시민 모두 눈을 부릅뜨고 계획대로 추진하는지를 지켜보자. 그러고 보니 인천에는 아직도 KTX가 들어오고 있지 않다. 언제 들어올지 기가 찰 노릇이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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