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창간 35주년을 맞아 '썰물밀물' 필진을 보완하는데 글을 써달라는 제안이 왔다.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엄청 부담스러워 거절하였더니, 인천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는 편집부의 추궁이 있어 칼럼을 쓰게 됐다.
칼럼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주제로 써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는데, 필자의 전공이 도시학(urban science)이라 도시를 중심으로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했다. 필자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인하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도시행정·도시개발·도시사회학 등 주로 도시에 대한 강의·연구를 하면서, 매 학기 첫 주에는 '도시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도시에 관한 개념정의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나 이상의 중심업무지역(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이 존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거주하며, 도시로서의 기본 인프라(도로, 전기, 가스, 상하수도, IT 등)를 갖추고 있고, 인구의 상당한 부분이 비농업부문에 종사하는 지역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도시는 CBD, 인구규모, 도시 인프라, 산업구조로 특성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필자가 뜬금없이 도시에 대한 정의를 들고 나왔나 하면, 우리가 사는 인천을 도시개념을 통해 살펴보자는 의도이다.
도시를 생각하면 먼저 중심지가 떠오른다. 서울은 광화문과 시청광장, 부산은 남포동·광복동, 광주는 충장로·금남로, 뉴욕은 맨해튼 등이 떠오르며 도시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런데 인천은 중심지가 어딘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인천 시청이 중구 신포동에서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여 도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인천 원도심인 내항지역이 '제물포 르네상스'를 통해 중심지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나비를 모으려 나비를 쫓아다니지 마라. 꽃이 있는 정원을 가꾸면 나비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인천은 방문객이 오기 위한 길(공항, 항구 등 인프라)은 잘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방문객이 찾을 만한 매력적인 정원은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인천 하면 특별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무미건조한 도시로 남아있다. 이제 '제물포르네상스'를 통해 인천의 중심 CBD를 잘 조성하여 이미지가 좋아지고, 많은 사람이 찾는 매력적인 공간이 창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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