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지역사회·생명과 함께 크는 아이들

텃밭 가꾸기·동물 키우기 등 생태교육
지역 기관들과 연계한 나눔 활동도 진행
▲ 조종중학생들이 지역사회 기관과 함께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종중학교
▲ 조종중학생들이 지역사회 기관과 함께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종중학교
▲ 조종중학생들이 전통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종중학교
▲ 조종중학생들이 전통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종중학교

가평군 조종면에 있는 조종중학교는 바로 옆에 붙은 조종고등학교와 함께 지역사회 중심지다.

1955년 설립된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발달하고 교통이 발전하며 어느새 지역과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됐다.

현재 학생 228명과 교직원 24명이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종중은 '함께 생각하고 더불어 배우는 희망공동체'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작지만 큰 학교를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미래의 삶을 위한 교육을 선도적으로 하기도 한다.

특히 조종중은 인근에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십분 활용해 다양한 생명에 대한 존중 의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준다.

생태교육을 구체화한 것은 가평 미래학교 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생태중심 미래학교 프로젝트다. 미래교육의 이슈 중 하나인 환경 생태적 요소를 교육과 결합해 지역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을 학생들과 함께 찾고 관련 주제를 통해 프로젝트형 교육 활동을 한다.

▲ 조종중학교 학생들이 키우고 있는 닭과 병아리./사진제공=조종중학교
▲ 조종중학교 학생들이 키우고 있는 닭과 병아리./사진제공=조종중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우리 마을 생태지도 만들기, 텃밭 가꾸기,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의 교과 연계 활동을 했고, 동물 키우기, 야생동물 보호 활동을 위한 동물 캐릭터 그리기, 이름 지어주기,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굿즈 제작 및 판매, 마을에서 홍보 및 캠페인 활동 등을 진행했다.

조종면사무소와 함께한 감자 기부 활동, 서강대학교 인성교육원의 대학생과 연계한 'Smart Green Innovation', 마을 내 초등학교, 소방서, 경찰서, 지역노인복지센터 등이 함께하는 야생동물 굿즈 나눔 및 홍보 활동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도 이어 오고 있다.

2021년부터는 노후된 학교 건물을 개축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선정돼 건물 형태에서부터 교실 배치, 외부 환경 등을 고민해 교육공동체가 지향하는 방향의 학교를 계획했다. 학교 건물은 202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4년에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정광호 조종중 교장은 “교육은 학교 혼자서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다.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학교 교육 활동 참여를 부탁하며, 앞으로도 교육공동체와 적극적인 소통과 협의를 통해 민주적인 학교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인터뷰] 정광호 조종중·고 교장

“학교 환경을 살피고 학교 구성원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정광호 조종중학교·조종고등학교 교장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정 교장은 가평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교직을 잡은 후에도 대부분을 조종중학교와 조종고등학교에 보냈다. 그러다 한 건물을 쓰는 조종중학교와 조종고등학교의 교장을 함께 맡게 됐다.

정 교장이 밝힌것처럼 그는 학교 시설 개선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종중은 앞으로는 마을이 있고 뒤로는 산이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양옆으로는 군부대가 있다. 과거만 해도 군사격소음이 학교 수업을 방해했고, 허술한 담장으로 학생들의 활동이 고스란히 군인들에게 보이는 등 교육환경이 썩 좋다고 볼 수 없었다.

정 교장은 취임 후 양옆에 높은 방음벽을 쳤다. 또 방음벽도 채색해 아름다우면서도 교육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교장으로 부임 후 가장 강조하는 단어로 “행복”, “소통과 협의”, “경청”을 꼽는다.

정 교장은 “부임하고 첫 번째로 교사가 행복한 학교, 두 번째로 모든 교육활동이 소통과 협의로 운영되는 학교를 약속했고, 셋째로 경청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했다”며 “왜 아이가 행복한 학교가 아닌 선생님이 먼저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었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 행복하면 수업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더 눈과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결국 교사의 긍정적 에너지를 받아 아이가 행복해지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장은 “교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아이들 성장과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시길 바란다. 특히 연수와 연구 등을 통해 자기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달라”며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학교와 선생님을 믿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십사 요청한다. 그러면 교직원은 더욱 신이 나 열정을 갖고 아이들 성장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조종중학교는 생태 프로젝트 시화전

▲ 조종중학교 시화전 작품들./사진제공=조종중학교
▲ 조종중학교 시화전 작품들./사진제공=조종중학교

 

조종중학교는 생태프로젝트를 하며 아이들이 평소 생각하는 바를 쓰는 시화전을 벌이고 있다.

아래는 학생과 교직원이 쓴 시.

 

3학년 황세인

제목 : 그 아름다움

 

눈이 쌓인다.
제일 먼저 깔린 눈이 먼저 땅에 스며들어
녹는다.
그 위에 눈이 쌓인다.
지저분한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뽀송하고 예쁜 눈이 쌓인다.

 

그렇게 쌓인 예쁜 눈을 우린 아름다움으로
믿는다.
또 그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나면 녹아
딱딱하고 못난 눈이 된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아름다움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무시한 채

 

2학년 이원희

제목 : 꿈

 

오늘도 서랍은 꿈을 꾼다.
언젠가 자신도 옷장처럼
화려하고 다양한 물건들을
가득 품을 희망을 가지며

 

가족들이 서랍아넹 들어있던
추억들을 꺼내며 웃는다.

 

어쩌면 작은 서랍도
충분히 화려하다고
말해주는 걸지도 몰라

 

아직은 작고 낡았지만
언젠가 크고 이쁘게
자라는 꿈을 꾼체

 

오늘도...
내일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1학년 김수림

제목 : 시간

 

나의 시계는 잘 돌아간다
엄마와 아빠의 시계도 잘 돌아간다
할머니의 시계도 잘 돌아간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시계는 멈춰있다
제 시간이 다 된 듯 멈춰있다
할아버지도 멈춰있다

 

시계를 다시 돌리는 방법은 없다

 

할아버지는 쉬고 계시는 거야
봐봐, 우리는 열심히 움직이는데
할아버지는 멈춰있잖아

 

할아버지는 열심히 살아오셨으니까
이제는 쉬고 계시는 거야
그래서 할아버지의 시간은 멈춘거야

 

교사 신언열

제목 : 기다림

 

타는 듯한 갈증
목마른 기다림
싸늘한 겨울 대지여!
초록 생명의 나무와 새들 모두 떠나고
슬퍼하는 광활한 대지
분노도 슬픔도 그리움도
땅속 깊은 곳에 감추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 방랑자

 

창 밖으로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설레임이 내리고
그 설레임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네
갈기갈기 찢겨진 상처를 꿰매주고
식어가는 감슴에
수혈을 한다.

 

뒹구는 대지의 행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