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총선’으로 불리는 8·8 재보선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정책공약이 실종되고 병역비리 및 정치공작 공방 등 정쟁으로 얼룩졌다.
재보선 초반에는 한나라당이 호남 2곳을 제외한 11곳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여론조사에 따라 지구당을 중심으로 한 조용한 선거전이 치러졌고, 정책과 인물 대결이 이뤄지는 양상을 띠는 듯 했다.
그러나 서울 영등포을, 경기 하남과 안성, 북제주 등 일부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을 바짝 추격하는 기류변화가 감지되면서 중앙당 개입이 본격화됐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검찰총장을 방문해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수사 사건배당을 서울지검에서 대검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민주당이 ‘수사방해’라며 ‘이 후보 5대 의혹’ 총공세에 나서면서 병역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치가 빚어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재보선 지역 지원유세에서 “현정권과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 패배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5대 조작극’을 통해 모든 치부를 덮으려하고 있다”고 표심 이탈 방지에 주력했다.
또 박세환 박희태 의원의 기자회견에 이어 서청원 대표와 이회창 후보가 6, 7일 양일간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 차원의 정치공작’임을 주장하며 고공전을 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재보선 지원유세에서 “도덕적으로 의심받으면 강력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이회창 후보 본인과 부인도 검찰에 나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한화갑 대표 역시 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의 1천만원 제공설을 주장하는 등 병역비리 및 은폐의혹에 대한 강도높은 공세를 계속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상대당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인해 재보선이 혼탁하게 변질됐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후보자들의 정책과 인물 대결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상호 비난전의 틈바구니에서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 군소정당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