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이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1999년 교사10명 ·학생 20명으로 시작
가치 중심 대안학교…경험·체험 중시

지리산 등산·전국 곳곳 자전거 라이딩
3년간 2번 런던·파리·중국 등 이동 수업
코로나 시국, 교과목 연계한 국내로 대체
▲ 두레자연고등학교 창체동아리 활동. /사진제공=두레자연고등학교
▲ 두레자연고등학교 창체동아리 활동. /사진제공=두레자연고등학교

1999년 3월 5일 교사 10명과 학생 20명으로 시작한 두레자연고등학교는 인성 교육과 경험, 문화 체험, 공동체 정신을 중시한다.

두레자연고는 대안학교인 만큼 기존 틀에 맞춰진 교육과정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꾸민다.

인성교육은 타인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것으로, 이동수업과 봉사활동, 교과기행 등 대부분 활동에 포함돼 진행된다. 이를 위해 학생 한명 한명을 대상으로 개인상담과 MMPI-A, MBTI, 진로탐색검사, 벡 우울척도 등 심리검사를 활발히 하며 집단상담과 지역 상담기관과 연계를 위해 다친 마음을 치료하기도 한다.

▲ 우리땅 밟기.

경험과 체험은 두레자연고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교육방법이다. 3박 4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오르며 자연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동료애를 배우고, 제주도, 소백산, 남한강 등으로 자전거길 라이딩을 즐긴다.

3년간 2번에 걸쳐 러시아와 중국, 런던과 파리를 11박 12일 일정으로 이동수업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동수업은 단순 여행이 아닌 문학과 수학, 영어, 역사, 세계지리, 체육, 음악, 미술, 농업, 조건, 진로 등 다양한 교과목의 수업을 함께한다. 예컨대 런던과 파리 이동수업에 앞서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파리 3대 미술관 주요작품을 통한 서양미술사 등을 배우고 이동수업 중 책이나 문건으로 본 기록을 눈으로 확인하며 기록하고, 돌아와서는 인상 깊게 본 작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해외 이동수업을 하지 못하고 국내 이동수업으로 대체했지만, 동일하게 교과목 수업과 연계해 진행했다. 이외에도 교과기행은 수시로 진행하는 체험학습이다. 교과목별로 학습한 내용을 실제 체험하기 위해 당일, 1박 2일 등의 일정으로 체험을 하고 온다.

두레자연고는 학생들의 감수성을 기르는 문화체험도 중시한다. 천문대와 테마파크, 연극, 뮤지컬, 예술제 등을 매년 6회에 걸쳐 경험하러 간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 조승관 두레자연고등학교 교장

"친밀감 소중한 작은 학교, 내 몸같이 남 사랑하는 마음 쑥쑥"

 

조승관 두레자연고 교장 “진정한 공동체 훈련을 통해 나와 친구, 학교, 다양한 사회 속에서 원만하고 지혜로운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납니다.”

조승관(사진) 두레자연고·자연중 교장은 “울타리도 없는 작은 정원을 마주 보고 두 학교가 있고, 옆으로는 교회가 있고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두 그루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아이들을 지키며 서 있습니다”라며 “토끼와 거위, 닭 몇 마리와 호두라는 이름의 개 한 마리도 식구입니다”라며 학교를 소개했다.

조 교장은 “두레자연학교는 작은 학교입니다. 아침에 만나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 친밀감을 소중히 여기는 학교, 작음 몸짓, 작은 소리, 작은 미소를 놓치지 않는 따뜻한 교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소중히 존재하는 작은 학교입니다”라며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기 만을 아끼기보다는 내 몸과 같은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풍성한 아이로 자라나게 됩니다”고 말했다.

또 “순수한 호기심에 따라 직접 발로 밟고 눈으로 확인하며,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깊이 체득합니다”라며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우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온유와 두려움으로 온전히 걸어가고자 합니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 두레자연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제공=두레자연고등학교

- 두레자연고를 졸업하며-

두레자연고 2022년 졸업 문집 중, "두레, 나의 내면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두레에서의 3년은 아이를 사람으로 만드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두레가 가진 장점이 또래 아이들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해외여행에 관련한 경험도, 대다수의 고등학교보다 더 노는 것도 맞지만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욱더 돈독하게 쌓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따뜻함에 나는 이상적인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지며 성장하고 배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 수 있었다. 온종일을 친구들과 보내면서는 내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고 아끼는 법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두레의 3년을 누군가는 단순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두레의 3년이 내 인생에서 있을 큰 전환점의 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이러한 점들은 모이고 모여서 나라는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세상을 빛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두레 3년의 경험과 추억은 나의 내면을 성장시켜주고 겉모습이 아닌 사람 그 자체를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두레의 3년 속 내 모습이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니 철없던 내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많이 어렸던 1학년 때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고, 그게 없다면 무료한 일상을 달래줄 즐거운 것들을 찾아 나섰다. 2학년 때에는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구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여전히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며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다.

3학년이 되어서야 나는 내 행동과 시간에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다. “철 좀 들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진짜 철든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격적으로나 지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라면 난 두레에서 철들 수 있었다. 수지쌤의 끊임없는 응원과 독려, 욱쌤이 설교때나 수업때 눈높이에 맞춰 일러주시는 가르침, 정규쌤의 긍정적이고 늘 밝은 에너지, 해야 할 일을 구분해 주시지만 마음 속은 어느 쌤들 못지않게 따뜻하신 마쌤의 진심 덕분에 두레에 와서 3년을 보낸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고, 두레에서의 기억은 앞으로도 늘 내 인생 속에서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21기 전체가 성장했다고 믿는다. 이제 23살이 될 두레의 22년간 동안에도 21기의 3년은 다른 해 못지않게 빛났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보낸 3년의 세월이 가치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두레를 거쳐 갈 후배들도 두레에서의 시간을 뜻깊게 생각해 준다면 기쁠 것 같다. 앞으로 두레의 3년도 지금처럼 늘 평온하기를, 평화롭기만을 바란다.

 


 

▲ 새마음모꼬지 부여캠핑.
▲ 새마음모꼬지 부여캠핑.

"두레, 캠핑을 시작하다"

두레자연고등학교 1학년 한가온

 

처음에 캠핑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생태공원에서 캠핑을한다고 해서 기대 반 아쉬움 반이었다. 해외 이동수업이 국내 이동수업으로 바뀌었다는 점과 국내 이동 수업마저도 외부에서 하는 활동보다 내부에서 해야 하는 활동이 많다는 게 아쉬웠다.

캠핑은 선생님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 자체적으로 하는 활동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장을 보고 텐트를 치는 활동들이 있었는데, 난 그중에서 텐트를 치는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대부분 텐트를 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텐트를 직접 펼쳐보니 예상보다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도와가면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부터 잘못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불만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한 것이기에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다. 차근차근 하다보니 결과는 좋았고 우리끼리 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캠핑을 하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뭐든지 결과만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게 있었는데, 그 뒤에 있는 과정도 우리가 성장해나갈 수 있는 큰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친구들과 협동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새마음모꼬지 부여캠핑.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