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주(12∼14일)에 이어 넷째 주(25∼26일)에도 봄비가 내렸다. 2번에 걸쳐 내린 3월 봄비는 '병 주고 약 주는'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줬다.

셋째 주에 내린 봄비는 그야말로 단비 그 차체였다. 50년 만의 겨울 가뭄이 석 달째 이어졌고, 전례 없는 건조한 날씨로 동해안에서 사상 최대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 봄비로 번지던 산불이 잡혔기 때문이다.

산불 피해 중앙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이 대형 산불로 동해 243억원, 삼척 147억원, 강릉 112억원 등 모두 502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중 산림은 축구장 면적(0.714㏊)의 8940배에 달하는 6383㏊가 잿더미로 변해 384억원의 피해를 냈다.

봄비는 울진·삼척 지역으로 번지던 산불을 213시간43분 만에 잠재웠다. 또 1973년 기상관측 이후 최저 강수량을 기록한 겨울 가뭄도 다소 해갈됐고, 동해안과 산지의 건조특보도 해제됐다.

넷째 주에 내린 봄비는 첫 번째와 달리 '요란한 봄비'였다. 25일 밤부터 태풍급 강풍을 동반한 비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축대가 붕괴하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제주에선 최대 순간풍속 초속 41m가 넘는 강풍이 불고, 산지에 하루 만에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시설물 파손이 속출했다. 제주공항에서 234편(출발 113편, 도착 123편)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했다.

부산과 경기도 성남 등에서 전기 공급이 끊겨 많은 가구가 불편을 겪기도 했다.

2번의 봄비는 이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였지만, 사실 봄비는 예로부터 반가운 손님이다.

오래전 농경사회, 특히 쌀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에서 논을 채울 수 있는 봄비는 매우 중요했다. 우수 경칩 경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경험 많은 농사꾼들의 얘기도 있다. 그만큼 농경사회에서 농민들은 봄비를 애타게 기다렸다.

봄비가 또 반가운 이유는 미세먼지를 씻어내 주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봄마다 황사와 꽃가루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좋지 않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점막을 자극해 폐 기능 감소로 인한 호흡곤란, 쌕쌕거림, 가슴 답답함, 천식 등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봄비는 이런 황사와 꽃가루 등을 씻어내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봄비는 건조해진 숲에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산불 위험을 크게 줄여주기도 한다.

올해 3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56.5㎜인데, 지난 24일까지 내린 비는 이미 48.2㎜로 평년값에 육박했다. 예상보다 많은 비 등으로 대형산불 위험이 크게 줄었고, 4월 초반까지 큰 산불이 발생할 확률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봄비의 영향을 꼽는다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문학 작품들을 탄생시킨다는 점이다. 실제 음악과 영화 등에는 봄비 또는 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적지 않다.

가수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2003) 노래는 봄비를 떠올리면 몽글몽글한 감정이 떠오르며,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로 시작되는 고(故)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1986)은 수십 번은 들어봤을 듯한 귀에 익은 가사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빗속의 연인'(1964)은 한국 록의 역사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신중현(작사·작곡)의 주옥같은 명곡 중 하나다.

강인원·권인하·김현식이 동명의 노래를 불러 유명한 '비오는 날의 수채화'(1989),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노래가 나오면서 빗속을 뛰는 장면으로 많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했던 손예진·조승우·조인성 주연의 '클래식'(2003) 등도 비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다.

이처럼 봄비는 환경적인 측면,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 등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임은 분명한 듯하다.

요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가족은 물론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도 확진됐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다. 하루빨리 코로나 확진세가 누그러져 생명, 축복을 뜻하는 봄비처럼 밝고 행복한 일상이 돌아오길 바란다.

 

/김장선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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