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인천 남동구 남인천 우체국에 마련된(왼쪽부터) 투표소, 인천 미추홀구의 한 자동차 판매점에 마련된 투표소,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게이볼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철빈·양진수·이재민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함께 사는 세상 … 미래에 대한 희망 줬으면 …”

경기 투표소 3265곳 설치 … 생애 첫 투표자 등 발걸음

“서로 사랑하며 남을 모함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그런 옛날 같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생업을 잠시 멈춘 시민이 투표소로 나와 제20대 대통령을 뽑은 9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곡선동 제4투표소(명당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정모(85)씨는 함께 사는 세상을 소원했다.

이날 경기지역에 설치된 투표소 3265곳에는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권선동 제4투표소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찾아왔다.

2살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투표소를 찾은 김모(34)씨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를 하는 딸 박모(20)씨와 함께 투표하러 온 정모(48)씨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분을 뽑았다”며 “서민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바란다”고 했다.

또 한 명의 생애 첫 투표자인 김모(21)씨는 “제 손으로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며 “원래는 아예 시사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엔 대선토론도 챙겨보고 공약을 유심히 봤다”고 전했다.

고생하는 손주가 생각나서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는 이모(82)씨는 “젊은이들이 고생하면서 소신껏 열심히 일한 만큼 편안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같은 시각 수원시 권선구 권선초등학교에 마련된 인계동 제7투표소에는 안내요원이 일일이 손 소독과 일회용 장갑을 끼도록 하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안내요원은 “그게 궁금하면 어서 들어가 투표를 하라”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고민에 빠져 돌아가는 시민부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은 “차기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면 좋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마다의 소망을 담은 답변을 내놨다.

김모(36)씨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두 번째 직장을 구하고 있는데, 평범한 문과생이 그럴듯한 직장을 구하는 게 참 쉽지 않다”며 “대통령이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마전 은퇴를 했다는 박모씨(65)는 '행복'을 염원했다. 박씨는 “한평생 일하다 이제 은퇴를 했다.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며 “누가 되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개선해달라는 요구하는 시민도 있었다.

최모(70)씨는 “나라 돌아가는 게 한스럽다”며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냥 돈만 나누고 있지 않으냐. 특히 영업도 안 하는 자영업자가 돈만 받아가는 데 화가 난다”고 했다.

김모(40)씨는 “세금 내는 게 너무 아깝다”며 “일하는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중래·김보연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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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나는 …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 만들어주길”

 

인천, 이색 투표소 눈길 … 차량영업소·음식점 등 설치

 

“투표소가 색다르다 보니 선거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요즘, 살 맛 나는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라며 소중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사람들의 발길이 투표소로 향한 가운데 인천 지역에 이색 투표소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투표소와 분위기가 다를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곳이어서 즐겁게 투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쉐보레북부주안영업소(주안5동제3투표소)에 유권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원래 전시장으로 사용하던 영업소 1층에는 기표소가 놓이면서 투표소로 변신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넓고, 쾌적한 투표소 환경을 마음에 들어 했다.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송모(40)씨는 “차량 전시장에서 처음 투표를 해봤는데 신기했다”며 “기존 투표소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몰리던데 여긴 붐비지가 않아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음식점, 유치원, 경로당 등에 투표소가 마련돼 인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이색체험을 선사했다. 유권자들은 새로운 투표소 모습을 촬영하거나 한동안 현장에 머물면서 이웃들과 담소를 나눴다.

미추홀구의 한 해물 음식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국모(57)씨는 “투표소가 독특해 가족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면서 “투표소를 오기 전까지 누구를 뽑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후보들의 도덕성을 보고 표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려주고,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관심 가질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대통령 선거에 처음 참여한 박모(23)씨는 “별도 정치색이 없지만 여당에 대한 실망을 많이 해서 누구를 뽑을지에 대한 마음을 빨리 굳혔다”며 “불편한 진실을 거리낌 없이 말해주는 사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부평6동 제2투표소를 찾은 윤모(34)씨는 “지난해 투표소 인근 교차로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우회전하던 트럭에 치여 숨진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이후 지역에서 안전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어떤 후보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쏟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아진·유희근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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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이모저모]

 

121세 할머니 '소중한 한 표' 행사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기도내 최고령자로 알려진 A 할머니가 평택시 한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1900년생으로 만 121세인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평택시 신편동 제3투표소(합정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투표를 마쳤다. 고령인 할머니는 이날 함께 투표소를 찾은 가족들의 손을 잡고 합정초등학교 체육관으로 걸어와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확인 결과 전국에서는 세 번째 고령자인데도 정정한 모습이었다”며 “동행한 가족과 선거관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고 말했다.

/평택=오원석 기자 wonsheok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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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1명에 투표용지 2장 배부 '황당'

 

부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관외 사전투표 우편물을 폐쇄회로(CC)TV)가 촬영되지 않는 사무실에 보관해 물의를 빚은 가운데 본 투표일인 9일 부천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 1명에게 투표용지 2장이 배부됐다가 이 중 1장이 무효표로 처리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천시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부천시 신중동 계남초등학교 신중동제6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 2장을 배부했다.

이 유권자는 선거사무원에게 투표용지를 받은 뒤 기표소로 들어가 기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투표용지를 1장 더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해당 투표용지 2장 모두에 특정 후보를 기표한 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기표소를 빠져나와 “투표 용지를 2장 받았다”며 선관위 측에 자진 신고했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 2장 가운데 1장만 정상처리했다.

이를 본 일부 시민은 투표 2장을 준 사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전에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사무원이 붙은 투표용지 2장을 1장으로 알고 실수로 나눠준 것 같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부천=김주용 기자 mir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