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7년 5월 신성로마제국 황제 콘라트가 이끄는 제2차 십자군 원정대는 그해 10월 25일 도릴레움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무슬림군과의 전투에서 참패했다.
 프랑스 루이 7세가 이끄는 원정군은 뒤늦게 도착해 풀이 꺾인 콘라트 군대와 합세, 이듬해 봄 5만 십자군은 안티오크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들어갔다. 이어 이들은 다마스쿠스를 공략했으나 누리 앗딘이 이끄는 무슬림군에 막혀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보고는 회군하고 말았다.
 이렇게 비관적인 유럽사회에 갑자기 편지 한 통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제왕 요한이 비잔틴 황제 마누엘 콤네수스에게 보냈다는 편지인데, 내용인 즉슨 요한은 어느누구보다 강력한 동방의 기독교 왕국을 통치하는 군주라는 것이었다.
 이 편지는 완전한 조작이었다. 왜냐하면 그 무렵 동방에 기독교 왕국이 없었을 뿐더러, 더구나 사제왕 요한도 완전한 허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자군 원정에 실패한 유럽인들에게 사제왕 요한의 편지에 묘사된 동방기독교 왕국은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 유럽인들은 이 사제왕요한이 무슬림을 무찔러줄 것이라는 환상을 지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중앙아시아를 전공하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김호동(48) 교수가 쓴 신간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까치)은 이러한 사제왕 요한을 고리 삼아 기독교의 동방전파라는 큰 이야기 줄기를 전개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