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도로로 사용한 북리 토지…땅 주인 등장으로 최근 '사용료 지급' 판결
6·25 전쟁때 지적부 사라져 건설 당시 국가 소유였음에도 책임은 경기도만
경기도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국가 소유의 땅에 지방도를 개설해 사용했는데, 진짜 땅 주인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국가 소유의 땅에 지방도를 개설해 사용했는데, 진짜 땅 주인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34년 전 국가 소유의 땅에 지방도를 건설해 줄곧 사용했는데, 진짜 땅 주인이 나타나 사용료(임료)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용주사가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에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냈다. 경기도가 자신들 소유의 토지를 오랜 기간 지방도로 사용한 만큼 임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북리 54-2 인근엔 525㎡ 크기의 토지가 있다. 1953년 3월 지목이 임야에서 도로로 변경된 땅이다. 그러나 당시 땅 주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해당 토지의 지적공부(토지 표시와 소유자를 기록한 문서)가 6·25 전쟁 당시 불에 타 사라진 탓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토지를 소유했다.

그러다 1984년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빌려준 자금으로 제2차 군도 및 지방도 개발사업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경기도는 해당 토지를 34년가량 지방도로 사용했다. 국가 소유의 땅이었던 만큼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6년 해당 토지 인근의 용주사와 민간인 A씨가 국가를 상대로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주 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이듬해 이 땅이 용주사와 A씨 소유라고 확정판결했다. 용주사와 A씨가 해당 토지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수십 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이후 A씨 소유의 땅(지분)은 경기도가 샀다.

이런 가운데 용주사는 지난해 11월 9일 도로 관리청인 경기도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용주사가 승소했다. 다만 재판부는 용주사가 소유권을 되찾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치 사용료 등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경기도 입장에선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용주사는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그런 만큼 부당이득금 소송 자체엔 불만이 없다”며 “다만 당시 우리가 지방도를 만들 때 소유주는 분명히 국가였다. 그래서 공공 목적으로 지방도를 건설해 사용했을 뿐이다. 그런데 3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피소 사건의 당사자가 된 점은 사뭇 억울하다. 그렇다고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6·25 전쟁 당시 지적공부만 불에 타 사라지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