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공감해도 코로나로 재정 부담 '18개 시·군 조성 불참'
동참 지자체 6월까지 실태조사…건물주 사전 동의도 필요

경기도의 여성 안심 민간 화장실 조성사업이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도내 전체에 이를 만들려고 최근 시·군을 상대로 참여 의사를 물었는데, 의정부·고양시 등 13개 시만 동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7일 도에 따르면 여성을 노리는 불법 촬영과 성범죄를 막고자 지난해 10월 여성 안심 민간 화장실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범죄에 취약한 민간 화장실에 셉티드(CPTED·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기법) 방식을 적용하는 사업이다. 유흥가와 학원가 주변 민간 화장실에 비상벨과 뒤에서 오는 사람이 보이는 안심 거울, 불법 촬영 자체를 차단하는 안심 스크린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또 특수 형광물질을 발라 경찰이 범죄자를 쉽게 추적하는 환경도 설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는 전 지역에 여성 안심 민간 화장실을 조성하기로 하고, 시·군에 참여 의사를 물었다.

그러나 의정부·고양·용인·파주·안양시 등 13개 시만 동참한다고 답변했다. 포천·양주시와 가평·양평군 등 18개 시·군은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이유는 사업비 매칭 비율이다.

이 사업은 도가 30%, 시·군이 70%를 부담하는 구조다. 18개 시·군은 코로나19 여파로 재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여성 안심 민간 화장실 조성사업에 따로 예산을 투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A시 관계자는 “사업 취지는 정말 좋다. 공감한다”면서도 “그런데 코로나19로 재정 상태가 나쁘다. 이러다 보니 올해엔 이 사업에 동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는 일단 참여 의사를 밝힌 13개 시에 여성 안심 민간 화장실을 시범·운영한 뒤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중 화장실과 달리 민간 화장실은 건물주에게 일일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다.

특히 유흥가의 민간 화장실은 건물주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크다.

현재 도내 유흥주점은 총 1만5018곳이다. 안산시가 1269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부천시 1264곳, 수원시 1249곳, 성남시 1083곳, 평택시 1026곳, 안양시 814곳, 고양시 812곳 등의 순이다.

이런 가운데 도는 6월까지 동참 의사를 밝힌 13개 시와 관할 경찰과 함께 민간 화장실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도 관계자는 “예산 부담을 이유로 18개 시·군이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6∼7월쯤 우선 동참하는 13개 시에 여성 안심 민간 화장실을 선정한 뒤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라며 “건물주 동의도 최대한 받겠다”고 밝혔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