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화(숭의초등학교 학부모)

 올해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기 초에 자주 학교에 드나들 기회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교실마다 학급문고가 비치되어 있다. 학기 초가 되면 각 교실은 환경정리를 겸하여 아이들의 키높이에 맞춘 전집류의 책들로 장식된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미흡한 점들이 많다. 물론 학교 도서실이 있지만 주 1회 4시간 정도 개방하고 있는 형편이라 아이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다.
 요즈음처럼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 실제로 가장 책이 필요한 학교에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부분 교실 한칸 크기의 도서실로 운영되고 있고, 그나마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마저 제대로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신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도서실에서 책을 대여해 주지도 않고 짧은 개방시간으로는 도저히 1권의 책도 읽어낼 수가 없다. 물론 책읽기를 학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추천도서와 권장도서를 준비해놓고 신간도서를 끊임없이 공급해주며, 주기적으로 독서왕 선발, 최다 도서대여상, 독후감상문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주도하여 독서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숙제를 하거나, 정보 검색 및 유용한 강좌 개설 등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요즈음처럼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학교 안으로 끌어올 수 있는 역할을 학교 도서관이 해주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학교 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각 학교마다 학부모 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해결방안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장 소중한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내 아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의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다. 더불어 사는 삶, 아름다운 삶을 가꾸기 위해 꾸준히 좋은 책을 읽혀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학교도서관은 전시용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며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도서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