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서 빼앗긴 인적 자산…대학 취업률 1위 도시의 그늘

▲기획 안내서

'인천형 청년베이비부머' 삶의 경로를 추적하려고 한다. 1991년생, 1992년생, 1993년생, 1994년생, 1995년생들을 인천베이비붐 세대로 규정했다. '이주민의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인천 역사상 한 해 출생아 수가 유일하게 4만명을 넘어선 다시 못 올 인구 황금기다. 2020년 기준 인천지역 출생아 수는 1만6000명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인천일보 3월9일자 지난 기획 3편에선 인천베이비붐 세대들을 만나 그들의 '요즘'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최근 대학 졸업과 동시에 각자 사정으로 인천보다 서울과 경기 취업을 택한 청년들로, 정든 고향을 떠나 살거나 왕복 3시간짜리 출퇴근을 감수 중이다.

이번 4편에선 취업률 최상위권인 인천 대학이 지역 경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짚어 본다. 대학들은 수준 높은 인재를 양성하는 와중에 지역 일자리는 이들을 담을 만한 다양한 직업군과 뒤따르는 처우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생긴 괴리감이다. 전국 청년들이 인천지역 대학과 연이 닿아 오게 돼도 인천이 제2의 고향은 되지 못하는 결정적 배경이다.

인천지역 대학 졸업자 과반이 서울과 경기에서 첫 직장을 잡는 현상은 2017년 즈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2010년 로데이터도 분석했더니 인천은 서울과 경기, 광역시 가운데 지역 대학생 취업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로 집계됐다.
인천지역 대학 졸업자 과반이 서울과 경기에서 첫 직장을 잡는 현상은 2017년 즈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2010년 로데이터도 분석했더니 인천은 서울과 경기, 광역시 가운데 지역 대학생 취업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로 집계됐다.

▲본문

인천지역 대학 취업률은 지난 2019년 기준으로 70.1%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이렇게 높은 취업률이 없다. 2019년 한 해만 그런 게 아니다. 1년 전인 2018년 지역 대학 취업률은 71.6%로 벌써 몇 년째 대졸자 취업률 1위 도시로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지식기반 경제에서 대학은 혁신을 유도하는 인적자본을 양성해 지역 노동시장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인천 대학 취업률로만 보면, '노동시장'에 훌륭한 인적자본을 공급하는 데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이 '노동시장'이 '지역 노동시장'에도 해당하느냐고 따져 물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2010년대 진입하면서 각종 기관에선 논문, 보고서 등을 통해 지방 인재가 수도권 대학에서 교육을 마친 뒤 출신지나 비수도권으로 돌아가 취업하지 않고 잔류하는 성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되고 있다. 해당 문제에서 수도권은 절대적 수혜 집단으로 설정돼 있다. 사실 여기서 인천 몫은 좀 빼는 게 맞다. 서울과 경기 양질의 일자리가 지방 대학과 마찬가지로 인천 대학 청년 인재들도 흡수하는 실정이다.

대학 졸업자의 지역 간 취업을 분석하는 논문들 대부분은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로 인적자본의 공간적 이동을 분석한다. 앞서 '인천형 베이비부머 연구록' 기획 1편에서 인천 출생 대졸자가 인천지역 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보기 위해 이미 다뤘던 자료다. GOMS 2017년분 로데이터 1만8000여건을 확보해 분석한 바 있다. 2016년 8월과 2017년 2월 전문대와 대학 졸업자 중 1만8081명을 표본으로 삼아 설문 조사한 내용이며 인천지역 표본 70% 이상은 인천베이비붐(1991~1995년)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GOMS 2017년 로데이터에서 인천지역 대학 졸업자 중 첫 직장 위치를 밝힌 설문자 149명 가운데 33.6%인 50명만 인천에 취업했다. 대신 서울은 36.2%인 54명, 경기는 22.1%인 33명이었다. 인천 소재 대학 졸업자에서 서울과 경기권 취업자가 전체에서 절반 이상(58.3%)을 차지하는 셈이다. 보는 것처럼 서울 취업은 오히려 인천보다 많은 지경이다.

GOMS을 통해 해마다 전국 대졸자 수만명을 설문하기는 해도 전수조사 내용은 아니다. 인천지역 대학 졸업자의 취업 이동을 정확히 알기 위해 관련 기관을 수소문하고 데이터를 뒤졌으나 실패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를 매년 진행하면서도 지역 간 이동 부분에선 취업지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분류하는 이항 로짓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관련 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에 지역 대학별 세부 자료를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는 있어도 이 부분에 있어 대학들이 자세한 공개를 꺼린다”며 자료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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