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가 지역별로 얼마나 취업하는지 관련한 데이터는 학생회에도 공개를 안 한다. 아무래도 대표 학과 학생들을 필두로 서울이나 지방 유명 일자리를 많이 선택해 가다 보니, 지역 사회 내부 반발을 염려해 공유를 꺼리고 있다.”

최근까지 인천지역 모 대학에서 학생회 간부로 있었던 A씨 얘기처럼 대학 교육과 지역 산업 간 친밀도는 그리 높지 않은 분위기다. 교육 과정은 대학 자율성에 맡길 부분이긴 해도 지역 경제계와 연관성 역시 간과할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인재 양성 vs 제조업 중심 인천 산업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인천 전체 산업 종사자 107만454명에서 23.1%를 차지하는 24만7361명은 제조업에서 일한다. 인천은 전국 제조업 종사자 비율 18.5%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울산(33.4%)을 제외하고 서울과 광역시에서 제조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지역 산업만 놓고 따졌을 때, 인천 고등교육기관이 제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주면 어느 정도 선순환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 10개 대학에는 모두 813개 학과가 운영 중이다. 여기서 제조업 일자리 문제와 가까운 '공학', '자연' 계열 학과는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학교마다 학과 재편이 가파르고 공개 자체도 소극적이어서 정확한 수치화까지는 어려워도 대충 '인문', '사회', '교육', '예체능' 학과들이 전체에서 55%~60%쯤 된다.

지난 3월7일자 기획 2편에서 언급한 대로, 중소기업이 중심인 인천 산업계에선 '경영·행정·사무직'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다. 소위 문과 계열의 인천 대학 졸업자들은 해당 일자리가 풍부한 서울이나 경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 제조업 일자리 떠받치는 직업계고

지난해 1월과 2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인천지역 28곳 직업계고 취업률은 50.4% 정도다. 전국 평균 직업계고 취업률(50.7%)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신, 지역 산업과 끈끈함은 6개 광역시 가운데 최고다.

지난 11월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와 한국교육개발원 국가교육통계센터가 발표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세부분석 자료'를 보면 2020년 인천지역 직업계고 취업자 1763명에서 1030명은 인천 기업 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또는 고용보험 가입자였다. 즉 지난해 인천 직업계고 취업자에서 58.4%가 지역 기업에 취업했다는 뜻이다.

취업 부문에서 지역 산업과 밀접도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한정적인 대학과 달리, 직업계고에선 비교적 다양한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다. 심지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 '하이파이브'에선 직업계고를 졸업한 취업자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취직했는지, 아니면 공무원이 됐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지역 한 특성화고 교장은 “인천은 지역적 고립도가 있는 제주나 남쪽 지역과 달리 타지역 취업 선택 가능성도 높지만 학교 설립 정신에 따라 산업 도시 인천에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문제는 정작 지역 산업과 교육계에선 이런 노력을 잘 몰라준다는 거다. 가장 큰 부분이 제조업 내 고졸자 임금과 내부 승진 체계다. 학벌보다 실력을 갖춘 인재에 힘을 몰아줄 때”라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청년은 왕복 3시간 출퇴근길 … 산업은 종사자 고령화 늪

기획에서 지적한 대로 인천형 청년베이비붐(1991~1995년생) 세대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인천 대신, 서울과 경기 기업에 취업하면 청년은 청년대로, 인천 산업은 인천 산업대로 고달프다. 청년들은 많게는 수억원이 드는 이주나 왕복 3시간짜리 출퇴근길에 시달려야 하고 인천 산업은 종사자 고령화라는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통계 가운데 2019년분 로데이터(raw data)를 확보해 전국 산업 청년 비율을 따져봤다. 회사는 실업에 대비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매달 보수의 일정액을 고용보험료로 납부한다. 이 중 피보험자인 근로자 연령 중에서 20~34세를 추려내 구분하는 방식을 취했다.

2019년 기준 인천 전체 고용보험 순수피보험자 59만8868명에서 20~34세는 15만1753명으로 17개 시·도에서 7번째로 낮은 순위다. 20~34세 비율이 인천보다 낮은 광역시는 울산이 유일하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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