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지난 5월 31일 국가사무에 대한 일제조사 결과 법령상 국가사무로 규정돼있으나 지방으로 이양해야할 사무가 2천2백18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림부 479개, 환경부 299개, 건설교통부 274개, 노동부 158개, 행정자치부 148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가 아니더라도 지방자치 실시 이후 국가업무의 지방이양 사례는 간간이 발표돼 왔다. 그러나 별 주위를 끌지 못했다.
 지난 99년 시행된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방이양추진 위원회""는 행정사무를 중앙정부로부터 자치단체로 위임하는 역할을 수행해오고있다. 그러나 그 범위 등 결정권은 지자체나, 지역인사는 배제한 채 여전히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사소한 집행권을 인원과 예산의 뒷받침 없이 넘기고 있을 뿐이니 위임받는 지방에서는 그저 덤덤한 것이다. 이양이 확정된 사무조차도 중앙부처의 관련법령에 대한 개정이 지연돼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던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고 작금 3번째 단체장 선거, 4번째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투표율은 내내 바닥권을 맴돌았고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구태의연한 불법, 혼탁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지방선거, 지방자치가 중앙의 정치무대에서 오랜 세월 소외돼온 지방민의 권리확보,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방 정치인들만의 행사,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같은 퇴행적 지방선거, 그리고 진전없는 지방자치의 책임은 본질적으로 실질적인 분권을 통한 지방자치를 외면하고 지방을 중앙정치의 부속물 정도로 여겨온 정치인, 중앙정부, 등 서울이란 `지역 기득권""층에 있다고 할 수있다. 지방자치,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으니 지방선거에 시민들의 관심도 떨어지는 것이다.
 지방의 위상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은 경제력과 인적자원이 여전히 지나치게 서울에 몰리고있는 현실이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모든 결정권이 중앙에서 중앙의 시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대다수의 지방민들은 여전히 서울과 비교해 생활환경, 교육, 문화적 격차에서 2등 시민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각 지방마다 시민단체 및 학계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지방분권 특별법""이다.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등에 관한 법률""은 절차법적 성격으로 한계를 안고있기에 실체법적 성격의 지방분권 특별법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에 세원(稅源), 인재를 부여하자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리고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 중앙부처 정책결정에 지역대표 참여, 중앙부처 지방이전, 지방정치 활성화, 중앙정부 위임사무 폐지, 지역언론 육성책, 지역기술 촉진법 제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국가와 지방간 세원의 배분이 지방자치 시대에 맞게 고쳐져야 하는데 국가는 전혀 손대려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세는 전체 조세수입의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에 지방이 수행해야할 사무는 국가위임 사무를 포함, 전체의 60% 안팎에 이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치단체의 재정약화를 초래하며 국가와 자치단체간 효율적인 재원배분을 저해하게된다. 지방의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마다 경마장이나 경륜장 등 굳이 사행산업을 유치, 재정을 메워나가려 애쓰는 것도 결국은 이같은 조세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현조세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재정의 획기적인 확충을 위해서는 탄력세율 제도의 확대, 세율결정권의 지방이양, 공동세 제도의 도입 등이 검토되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중앙에서 각 지방으로 선심쓰듯 `내려보내는"" 특별교부세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배분공식을 설정하고 내역을 공개해야한다. 또한 합리적 사무배분을 통해 국가위임사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토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