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2017~2020 승인건물 25%
불법 '방 쪼개기' 1999가구 입주
이행강제금 내도 임대수익 짭짤
화재취약·세입자 법보호 못받아

경기지역 곳곳에서 불법 '방 쪼개기'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이는 건물주가 월세 등 임대료를 더 받으려고 건축 허가 뒤 내부에 임시 벽을 만들어 방의 개수를 늘리는 불법 행위다.

문제는 법을 어긴 건물이다 보니 소방·환기시설이 드물다. 여기에 방을 쪼개고, 또 쪼개면서 공간이 비좁다.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행강제금 부과나 시정명령 외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10일 고양·성남시 등 31개 시·군에 따르면 최근 다가구·다세대 주택 2014개 동을 대상으로 불법 방 쪼개기 행위를 단속했다. 모두 2017~2020년 사이 승인한 건축물이다.

그 결과, 용인·화성시 등 22개 지역에서 불법으로 방을 쪼갠 건축물 511동을 적발했다. 이렇게 쪼갠 방에서 무려 1999가구가 살고 있었다.

<표 참조>

이 중 5가구 이상 방을 쪼갠 건축물은 182개동이다. 방 하나를 16개까지 쪼갠 건물주도 있었다.

이런 수법으로 평균 3.91가구가 증가했다. 여기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주민 65가구도 포함돼 있다.

불법 방 쪼개기가 가장 심한 지역은 용인시였다. 단속에 걸린 건축물은 127개 동이다. 당초 627가구로 허가를 받고는 방을 쪼갰다. 이러면서 439가구가 증가해 총 1066가구가 산다.

다음은 화성·김포·안양·시흥·파주시 등의 순이다. 대부분 택지개발지구나 대학가 신도시 등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몰린 지역이다.

이런 불법 방 쪼개기 행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작용이 심하다. 하나는 화재 사고다. 방을 쪼개면 공간이 좁아진다. 그만큼 세입자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몸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월 사상자 130명이 발생한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의 주된 원인이 바로 불법 방 쪼개기였다.

다른 하나는 세입자의 임대 계약 피해다. 일부 건물주는 불법 증·개축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임대 계약서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넣는다. 이러면 세입자는 주택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대학생 A(23)씨는 “쪼갠 방이 얼마나 위험한지 살아보면 안다. 소화기는커녕 환기시설도 없다”며 “불법으로 만든 방에서 목숨 걸고 사는 현실이 정말 서글프다”고 말했다.

일선 시·군의 사전 단속 예고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정부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참 웃긴 게, 시청에서 언제 단속한다고 알려준다”며 “그러니 건물주가 단속 전에 수선하고, 단속 뒤엔 다시 방을 쪼개 세입자를 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주 입장에선 이행강제금보다 임대 수익이 더 많다”면서 “처벌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 근절은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