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경기본사 문화기획부장

코로나19로 경기도내 문화예술시설이 휴관을 반복하고 있다. 7개 경기도립뮤지엄과 경기아트센터를 비롯 31개 시•군의 공공 문화예술시설도 올해는 문을 연 날 보다 열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지난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이리 오래 갈 줄은 몰랐다. 일상의 '셧다운'도 조만간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감염병 종식은 요원해졌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 일상에 작은 행복을 주는 문화예술의 발현이 필요하다.

요즘 비대면 전시와 공연,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등이 온라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느덧 전시와 공연,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을 스마트폰으로 보는 일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상반기에는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급조된 경향을 보였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하반기에는 다양한 비대면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은 비대면 예술교육의 새로운 방식으로 집으로 배달되는 예술상자 '아트딜리버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도민들을 대상으로 1차 참여 접수를 시작한 지 2시간만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여행가방 컨셉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로 떠날 수 있도록 구성된 예술교육박스는 온라인 영상 클래스를 참고해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공연장과 전문 무대기술인력을 보유한 경기아트센터는 추석을 앞두고 '아트레터' 제작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담았다. '아트레터'는 도민을 대상으로 고향의 가족, 친지 등에게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영상편지를 제작, 전달해 주는 것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녀, 노래를 부르는 손자녀 등 아트센터 공연장 무대에 곧 오르게 될 도민들은 그들만의 다양한 추석이벤트를 만들게 된다.

경기도내 일선 시•군의 현장 축제가 대거 취소된 상황에서 시흥시는 경기 대표 관광축제인 갯골축제를 랜선축제로 형태를 바꿔 진행 중이다. '일상으로 찾아온 생태놀이터'를 슬로건으로 9월 16일부터 10월30일까지 45일간 43개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개막 5일째인 20일 시흥갯골랜선축제 방문객은 6만3000여명, 놀이터 참가자는 7000여명, 예술제 시청자는 4000여명을 기록했다.

그동안 공연과 전시, 교육, 축제 등의 전제는 '대면'이고, '모여야' 비로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이지 않고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능해졌다. 이게 될까 싶었던 것이 실제로 되고 있다.

코로나의 대안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온라인 공연·전시의 경우 오프라인의 현장감을 대체할 수 없다. 첨단기술을 접목시키고,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대면수업을 통해서 구현 가능한 예술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다 보니 공연•전시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단순히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창의성과 자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육자의 스킬과 참여 환경, 소통 등이 필요한데 이것은 장비와 인프라, 지원기술 등이 상당히 갖추어진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온라인·비대면 문화예술교육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하고, 비대면 환경에 적합한 온라인·미디어 예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 신규 관객 개발, 수익 창출 모델 발굴, 대면 예술 활동의 온라인 연계 방안 모색 등을 지원한다. 비대면·온라인 방식의 예술이 전통적 예술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독립재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것을 통해 전체 문화예술시장의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문화예술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정답은 없다. 온라인•비대면 상황에 대한 구체적 솔루션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향유자에게 기존의 관점을 초월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 속에 다양한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 이어져야 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주는 뉴노멀 시대의 문화예술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기획과 수많은 시도 속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