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신록이 짙어가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우리의 가정과 따뜻한 인간애를 다시 한번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소중하게 하는 날들이 유난히 많다.
 해마다 이맘때면 도청 가정복지과 직원들은 공연히 마음이 분주해진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화사함이 유혹하면서 바짝 좇아오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정복지과라는 課 명칭이 그렇고 아동복지와 노인복지를 주로 다루는 담당업무의 중압감이나 의무감이 가져다 주는 긴장감은 아닐까.
 희망이 넘치는 3가지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며 5월의 문을 활짝 연다.
 이천시 설성면에 소재한 평안의 집 무의탁 노인을 돕기 위한 음악회가 지난 4월2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음악회는 경기도립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소프라노 박정원, 테너 박인수, 바리톤 고성진의 독창과 바이올린 임경묵의 비발디 4계중 `봄"" 연주가 있었으며, 서울아버지합창단과 안양여성합창단이 발표한 수준높은 공연이었다. 자선음악회가 권위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음악회가 열리던 날, 중부지역에는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그것도 공연시작 30분전인 오후 7시를 기해서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관내 시설에서 주최했기 때문일까, 공연관람을 위해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는 의왕~과천 고속화 도로를 2천6백석의 넓은 콘서트홀에 몇 명이나 올까 마냥 걱정하며 엑셀을 밟았다. 경기도립오케스트라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연주로 공연은 시작되었지만 빈자리가 너무 많아 가뭄을 완전히 해갈케한 봄 비가 자선음악회를 망쳤구나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어인 일인가 바이올린 협연이 있던 1부 끝 무렵 1층 좌석을 내려다 보니 놀라울 정도로 많이 채워져 있지 않은가 그 많은 사람들이 호우주의보까지 내린 굵은 빗줄기를 뚫고 달려온 것이다. 지극한 정성, 따뜻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생명에 위험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을 어떻게 할수 있었을까? 공연 끝 무렵 출연진과 청중이 함께 오르신 `어머니 마음""을 부를 때 무대에 함께 선 평안의 집 할머니들의 곱게 입은 한복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뜨거웠다. 공연장을 나오며 로비를 가득메운 환한 얼굴들에서 천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가정도우미 제도를 도입한지 세 번째 해를 맞고 있다. 처음 걱정을 떨쳐 버리고 이제는 250여명의 가정도우미들이 거동이 불편한 무의탁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달동네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다. 대부분 여성들인 가정도우미들은 본인의 가정일에 충실하면서 틈을 내어 노인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 들이다. 4월말부터 5월달에 걸쳐 진행중인 양성, 보수교육에 참여한 도우미들의 그동안 활동 사례를 들으면서 `이 제도가 성공하였구나"" 자신감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아무 활동도 못하시도록 무작정 도와 드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스스로 움직이시도록 안내해 드리는 일이 중요한거죠” 노인복지서비스 이론의 핵심을 현장 활동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대견한 도우미들. 우리 사회에는 유능한 인적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자원을 세력화 하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담당 공직자의 책임이요, 의무라는 생각을 그려본다.
 팔십평생 모은 3천억원이 넘는 재산을 장학재단에 쾌척한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회장의 아름다운 황혼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지. 이제 우리도 인재에 투자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는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훌륭한 기업가가 왜 없을까 했던 아쉬움을 단번에 시원하게 씻어준 어르신께 찬사를 드린다. 이래 저래, 금년 가정의 달은 희망으로, 기대감으로 마냥 넘치는 것 같다.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선행들이 화사한 5월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런 헌신이 있기에 우리 가정의 앞날은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