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코로나·대북제재 겹치자 민심 달래기에 사활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7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쓴 여성 간부로부터 현장 설명을 듣고 있고, 뒤로는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용수 당 재정경리부 제1부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이 대기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0.8.7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로 경제난이 심화된데 이어 기록적인 폭우에 막대한 수해를 입은 북한이 간부들의 '멸사복무' 자세를 재차 강조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인민의 심부름군' 제목의 정론에서 "멸사복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보이지 않는 것에 모든 것의 흥망과 성쇠가 달려있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일꾼(간부)들은 관직이라는 우산을 쓰고 군중이 맞는 빗방울을 피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군중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지만 자신은 그만큼 더 고생해야 하고 더 검소하고 어렵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과 대중을 이어주는 숨결이 되고 혈맥이 돼야 할 일군들이 제 구실을 못해 인민의 믿음에 티가 생길 때 그때부터 우리의 성새에 보이지 않는 실금이 그어진다"며 "인민의 고생과 아픔이 느껴지지 않을 때, 만사를 예사롭게 대하게 될 때 변질이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소리 없이 침습한다"라고도 지적했다.

권력층의 특권 의식과 부정부패가 내부 결속을 해친다고 보고 이를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관된 자세를 강조하면서 "멸사복무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지막까지 일관하게 실행하는 것이 더 힘들다"며 "첫걸음도 멸사복무로 떼고 백걸음, 천걸음도 멸사복무로만 이어가며 마지막 한 걸음도 멸사복무로 남기라는 것이 당의 절절한 기대이며 엄숙한 당부"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염두에 둔 언급도 나왔다.

신문은 "적들은 우리에게 시련과 고통을 들씌우면 와해·붕괴되리라고 기대하지만, 인민은 고난이 아무리 최악이라고 해도 흔들린 적이 없다"며 "멸사복무는 광범한 대중으로 하여금 조선노동당에 대한 신뢰심을 더 깊이 간직하게 하며 당의 두리에 더욱 철통같이 뭉치게 한다"고 덧붙였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