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차장 징역 1년·10개월
시공사 벌금 700만원 등 선고
“462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
유가족, 안도·슬픔 섞인 눈물
“462일이 흐른 오늘, 태규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 다행입니다.”
법원이 지난해 4월 수원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청년노동자 김태규씨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유가족들은 안도와 슬픔이 섞인 눈물을 쏟아냈다.
<인천일보 4월7일자 1면>
19일 오전 8시 수원지방법원 앞. 고 김태규 씨의 어머니 신현숙, 누나 김도현 씨가 재판을 앞두고 책임자 엄중 판결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묵묵히 서 있었다.
10시 재판 시간에 맞춰 202호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은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이들은 “책임자가 면죄부를 받을까 걱정된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법정에서 수원지법 형사1단독 이원석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현장소장 A씨와 차장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C시공사 법인에는 벌금 700만원, 승강기 제조업자 D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10일 수원 권선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현장 5층 화물용 승강기에서 김씨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현장의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해당 승강기는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자동문이 작동되지 않는데도 문을 연 상태로 운행됐다”며 “피고인들은 추락위험이 있는 승강기를 그대로 방치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난뒤 고 김태규씨 어머니와 누나는 법원이 면죄부를 주지 않고 검사의 구형대로 판결했다는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앞서 검찰은 A씨와 B씨에게는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또 C사에는 벌금 1000만원, D씨에게는 300만원의 벌금을 구형한 바 있다.
이들과 1년을 함께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기도 했다.
누나 도현 씨는 “시공사 대표는 기소조차 안 돼 태규에게 미안했다”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싫었는데 실형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책임자 처벌을 위해 노력하고 아파한 462일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태규처럼 억울한 희생자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발주처와 원청에도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힘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글·사진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