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 ⑭12구간 제부도 입구∼백미리어촌체험마을
[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 ⑭12구간 제부도 입구∼백미리어촌체험마을
  • 박혜림
  • 승인 2020.10.08 18:18
  • 수정 2020.10.08 18:23
  • 2020.10.09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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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숨은 보물낚기

노랗게 고개숙인 들판 시작으로
정다운 어촌과 갯벌 이어지는 길
아늘 아래 새하얀 소금꽃 반기고
국내 으뜸 어장 이자 체험마을인
백미리에선 '100가지 맛' 기다려
맑게 개인 하늘이 공생염전을 비추고 있다.
맑게 개인 하늘이 공생염전을 비추고 있다.

경기만 소금길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높고 푸른 하늘은 걷기 여정 속에 만나는 풍경과 어울어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제부도 입구부터 백미리 어촌체험마을까지 이어지는 12구간에는 ‘우리네 정이 넘치는 마을’이 있다. 정겨운 화성의 어촌마을로 힘찬 발걸음을 옮겨본다.

경기만 소금길 12구간

○제부도 입구-송교리 살곶이 마을-공생염전-백미리어촌체험마을
○거리 : 8.8km
○난이도 : 하
 

철책 사이로 백미리 갯벌이 보인다.
철책 사이로 백미리 갯벌이 보인다.

#송림과 갯벌 어울어진 살곶이 마을

제부도 입구부터 백미리 어촌체험마을까지 이어지는 경기만 소금길 12구간은 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다. 추수가 한창인 전원의 풍경과 화남 공단이 마주한 길이 인상적이다. 앞서 걸으며 보았던 안산, 시흥의 갯벌과 달리 송교리와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을 잇는 갯벌 길엔 철책선이 세워져 있다. 군사 상에 이유로 설치된 철책들이라지만 아쉽기만 하다. 철책선 사이로 비치는 깊게 패인 갯골은 장관을 이룬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송교리가 나온다. 송교리는 바다와 인접한 마을이다. 소나무가 많은 이곳은 예전에 소나무로 다리를 놓아 솔다리라고 불렸었다. 이곳에 형성된 살곶이 마을은 바닷가 절벽 위로 송림이 울창하고 썰물 때 바닷길이 서서히 열리며 갯벌이 펼쳐진다. 살곶이 마을에서는 바다 건너 제부도와 전곡항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살곶이 마을 일대는 서해안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넓은 갯벌이 형성됐으나 이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1980년 후반부터 ‘서해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간척, 매립사업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토록 눈부신 갯벌이 쓸모없는 땅으로 비쳐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소금꽃이 피는 공생염전

살곶이 마을에서 내려오면 갯벌과 저수지가 난 둑길을 걷게 된다. 광활한 갯벌과 맞닥뜨린 저수지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백미리로 가기 전 진귀한 광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란 하늘과 떠다니는 구름 몇 점이 투명한 소금판에 반사돼 마치 볼리비아의 유우니 소금사막에 온 듯 착각이 들게 한다.

소금꽃 피는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공생염전은 매화리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경기도에 남아있는 마지막 염전이다. 6.25전쟁 당시 월남한 사람들과 철원지역 피난민 55세대가 들어와 간척한 이곳은 남양만 바다에 880m의 제방을 쌓아 만들어졌다. 1세대 피난민들은 6명이 소금창고 1동을 공동소유, 작업하는 방식으로 자치조합을 결성해 염전을 운영해 왔는데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로 ‘공생염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60여년간 천일염을 생산하며 경기도의 염전 산업을 이끌어 온 매화리 염전도 개발의 영향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10년 전 정부의 폐염전 정책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염전을 떠났고 매화리를 차지했던 과거 염전지는 양식장이나 공장지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는 13가구가 남아 염전을 지키고 있다. 염전 일은 고된 노역 중에 하나라고 한다. 낯선 곳을 개척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공생염전이 아닐까 싶다.
 

백미리 어촌체험마을 찾은 낚시꾼들이 고기를 낚고 있다.
백미리 어촌체험마을 찾은 낚시꾼들이 고기를 낚고 있다.

#체험학습의 명소 백미리어촌마을

염전과 갯벌 사이로 고개를 내민 코스모스를 벗삼아 걷다보면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이 나온다.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은 어장이 풍부해 다양한 해산물이 많고 그 맛 또한 다양해 백미 또는 백미리라 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굴이 많이 난다 해 ‘굴섬’이라는 별칭도 있다. 또, 예전에 백미리 일대에서 중국인들이 구리를 채취해 가는 일이 많아 ‘구리섬’으로도 불렸단다.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은 국내 손꼽히는 체험학습명소이자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10만여 명이 다녀가며 쇠락해가는 어촌체험 마을을 활성화 시킨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어촌체험마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갯벌 생태계 체험은 물론 전통 어업 방식을 체험해 보는 ‘건강망 체험’이나 ‘사두질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건강망 체험은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어 잡는 방식이고 사두질은 밀물 때 바닷물을 쫓아오는 물고기를 거대한 뜰채로 잡는 형태로 백미리 마을의 전통 어업 양식이다. 백미리에서는 망둥어나 새우, 숭어 등이 주로 잡힌다. 카누체험이나 무인도 체험 같은 이색 체험도 인기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 백미리어촌체험마을 이창미 사무국장

"부자마을·성공신화 이끈건 텃세 모르는 따뜻한 사람들이죠"

이창미 백미리어촌체험마을 사무국장이 어촌체험마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창미 백미리어촌체험마을 사무국장이 어촌체험마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미리는 어촌마을의 기적이 됐습니다. 오로지 지역민들의 힘으로 수산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을 딛고 6차 산업의 신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빈민촌의 불명예를 안고 있던 백미리 어촌마을은 현재 ‘부자마을’, ‘성공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백미리 어촌체험마을 이창미(57) 사무국장은 백미리가 어촌계의 부촌(?)이 되기까지 지역민들의 화합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 됐다고 강조한다.

“백미리 마을은 늘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옆 마을 제부도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관광은 고사하고 굴이나 모시조개 등 수산물 채취를 주업으로 삼아오던 지역민들은 화옹방조제와 시화방조제가 들어서면서 그마저도 힘들어지게 됐지요. 마을이 쇠락하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어촌체험마을을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60여 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무려 8배가 불어났다. 매년 10만여 명이 다녀가며 국내 손꼽히는 어촌체험 마을로 성장했다. 특히 2016년부터 수산물의 출하, 유통, 가공, 수출까지 공동 추진하는 ‘백미리 자율공동체영어조합’ 설립 이후, 한해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게 됐다.

“백미리에서 나는 모든 농수산물은 공동생산, 공동판매 과정을 거칩니다. 또 지난해 수산물 가공 공장을 세워 수산물 가공과 판로 모색에도 나서게 됐죠. 이를 테면 꽃게나 새우 등 전국에서 나는 수산물을 수매해 꽃게장이나 새우장 형태로 만들어 상품화를 시키는 거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백미리 브랜드인 ‘백가지 맛 백가지 바른먹거리 바다 백미’입니다. ”

‘백가지 맛 백가지 바른먹거리 바다 백미’ 브랜드가 붙여진 이 마을의 수산가공식품들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지로 팔려나갔고 대만, 홍콩 등 해외 수출도 줄을 이었다.

또 농어촌지역의 인구 유출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르는 가운데 오히려 귀어 인구가 늘어난 백미리 마을에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귀농, 귀어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리거나 지역 텃새 같은 이주민 갈등으로 애로를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백미리 마을에서는 1년간 귀어 적응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대1 멘토링 형태로 수산물 채취과정을 지도하거나 마을 지역민들과 유대감 형성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요.”

이 사무국장은 백미리가 ‘사람’을 보러오는 곳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백미리가 바다 감상이나 신선한 해산물을 먹기 위해서 방문하는 곳이기 보다 ‘사람’을 보러 오는 곳이 되길 소망합니다. 인심 좋고 친절한 마을 주민들이 백미리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드릴 것입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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