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번 누에섬~탄도 바닷길 열려
대형풍력발전기 경호원 삼아 건너면
어업문화 체험 어촌민속박물관 나와
조금 더 가면 수상레져 최적지 전곡항
섬과 섬이 맞닿아 있는 경기만의 바다. 경기만의 수 많은 섬 중에서 모세의 기적이 열리는 신비한 바다를 경험할 수 있는 섬이 있다. 그 곳에서 시작하는 여정은 특별하다. 누에의 모습을 닮은 누에섬에서 출발해 제부도 입구까지 이어지는 경기만 소금길 10구간은 대부도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화성 지역에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경기만 소금길 10구간
○누에섬-안산어촌민속박물관-탄도항-탄도방조제-전곡항-제부도 입구
○거리 : 11.4km
○난이도 : 하
#1.2㎞ 바닷길 열리는 누에섬
아름다운 안산 대부도 해솔길을 뒤로 하고 화성 실크로드를 맞이할 채비에 나선다. 안산 에코뮤지엄의 마지막 구간은 누에섬에서 시작한다. 누에섬은 그 모양이 마치 누에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햄섬 또는 해미섬으로도 불렸다. 누에섬은 썰물 때가 되면 하루 두 차례 탄도항과 누에섬을 잇는 1.2km의 바닷길이 열린다. 바다가 갈라진 이 길은 장관을 이룬다. 특히 갈라진 바닷길과 서해 낙조는 대부도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길을 따라 세워진 대형 풍력발전기도 멋스러움을 더한다. 대부도의 상징처럼 자리하게 된 풍력발전기는 무려 13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 생산된다. 초속 5.7m의 강풍이 부는 누에섬은 제주도나 대관령에 버금가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누에섬에 다다르면 누에섬 등대전망대가 있다. 누에섬 등대전망대는 안산시가 자연학습과 어촌관광의 기회를 제공하고 서해안 고깃배들의 안전한 조업을 유도하기 위해 세운 전망대다. 16.8m의 높이로 지어진 전망대에서는 바다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대부도, 선감도, 탄도, 불도 등 주변의 아름다운 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누에섬 주변으로 보이는 두 개의 바위는 부부 바위다.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돌아오지 않은 어부 부부가 나중에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서해안 어업과 어촌의 재발견
누에섬 다음 목적지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다.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어촌지역의 사라져 가는 전통민속과 어업문화를 발굴, 보전하고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곳은 안산지역 어민들의 삶과 터전이 되는 서해안 갯벌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은 3개의 상설전시실과 어린이 상설체험전시실로 구성돼 있고 안산의 역사와 생태환경, 어업문화, 어촌의 민속을 주제로 한다. 상설전시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과 다채로운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어촌민속박물관 광장에 소금운반 궤도차 복제 조형물이 설치됐다. 실제 소금운반 궤도차는 1953년 동주염전에서 사용되던 열차로 2019년 6월 동주염전으로부터 기증받아 안산시가 현재 임시 보관소에 보관 중이다. 소금운반 궤도차는 경기도와 안산시가 추진하는 에코뮤지엄 사업을 통해 발굴됐다.
누에섬과 나란히 대부도를 대표하는 섬에는 탄도가 있다. 탄도는 참나무 숲이 울창해 그 나무를 베어 숯을 굽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밤새도록 참나무를 태워 참숯을 만들고 아침이 되면 탄도 포구에서 출발해 전곡항을 거쳐 화성 송산면 장터로 가서 숯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1988년 매립공사로 육지가 된 탄도는 탄도방조제를 통해 화성시 서신면과 연결돼 있고, 반대편으로는 불도와 선감도를 거쳐 대부도, 시화방조제를 통해 수도권까지 이어진다.
#봄을 알리는 야생화의 천국 풍도
탄도항에서 24km 떨어진 지점에 풍도와 육도가 한 뼘을 두고 마주하고 있다. 풍도는 경기만 소금길 정식 코스는 아니지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볼만한 곳이다. 풍도는 안산시 11개의 섬 중에 대부도와 함께 사람이 사는 유인섬 중 하나이다. 단풍이 물드는 섬 풍도는 예전부터 단풍나무가 많아 풍도(楓島)로 불렸으나 청일전쟁 때 이 곳 앞바다에서 청나라 함대를 기습해 승리한 일본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풍도(豊島)로 표기한 뒤로 이름이 굳혀지게 됐다.
풍도는 서해안 섬 중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야생화가 피어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복수초나 노루귀, 바람꽃, 초롱꽃 등 야생화의 섬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들꽃이 자생하고 있다. 그 중 바람꽃은 오직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다. 매년 3월이면 개화 시기에 맞춰 많은 이들이 이 꽃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풍도는 청일전쟁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1894년 7월25일 풍도 앞바다에서 일본 전함이 청국 전함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 해전은 동북아의 격변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군사적 요충지이자 해상교통이 발달한 풍도를 장악하는 자가 곧 서해안의 패권을 쥘 수 있었기에 풍도 앞바다는 늘 국제적 분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국내 최초 레저어항, 전곡항
안산 도보여행의 끝은 화성에서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화성의 길목에서 제일 먼저 반겨주는 행선지는 전곡항이다. 제부도와 누에섬을 마주하고 있는 전곡항은 전국 최초 레저 어항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다기능 테마 어항이 조성돼 있다. 서신면과 안산시의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가 항구 바로 옆으로 건설되면서 밀물과 썰물에 관계없이 24시간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도가 적고 수심이 3m이상 유지돼 수상레저의 최적지로 평가받으면서 매년 경기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전곡항을 둘러싼 탄도방조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캠핑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잔교가 있는 선착장에서는 풍어의 꿈을 안고 떠나는 낚싯배들이 줄지어 항해에 나선다. 낙조가 드리운 서해바다 너머로 거대한 바람개비가 오늘도 힘차게 돌아간다.
/영상제공=안산시
[길 위에서 만난 사람] 안산문화재단 고정범 지역문화실장
"주민 소통 빠진 공공미술은 흉물…누에섬은 모든 작품·활동에 적극 반영"
“대부도를 대표하는 누에섬이 예술섬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에서 출발해 가족, 시민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누에섬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경기만에코뮤지엄 대부도 누에섬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안산문화재단 고정범 지역문화실장은 16일 누에섬 프로젝트를 통해 대부도 대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 예술섬 프로젝트로 시작한 대부도 누에섬프로젝트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면서 예술적 감각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거나 공연이나 예술제, 지역의 아카이빙 등이 프로젝트의 주요 활동이었다.
“대부도의 여러 섬 가운데서도 누에섬은 바다가 갈라지는 지리적 특성과 주변의 환상적인 경관 요소를 활용해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어린이 예술섬 프로젝트로 시작됐지만 현재 누에섬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을 확장해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을 보유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유도 전망한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작품을 누에섬 일대에 전시하면서 현재 누에섬과 서해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가 됐다. 누에섬프로젝트는 여타의 공공미술과 다른 특별함을 갖는다.
“누에섬프로젝트에서의 공공미술은 단순히 행사성으로 그치거나 작가의 일방적인 소신 또는 철학으로 완성되는 작품이 아닙니다. 모든 작품이나 활동에 지역민의 의견이 반영되지요. 작품이 역사성에 위배 된다든지 이들의 삶의 터전에 누가 되지는 않는지 충분히 점검하고 검토한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작품을 완성해 갑니다. 문화, 지역민과의 소통, 역사가 빠진 공공미술은 흉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초기만 하더라도 지역민들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고 실장은 지역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누에섬프로젝트의 취지를 분명하게 설파해 갔다.
“누에섬이 그리고 누에섬프로젝트가 있는 지역을 지역민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성과만 쫒았다면 단기간에 결과를 낼 수 있었을 테지만 누에섬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진행해 왔습니다. 지역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역민의 공감을 얻었을 때 외부에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누에섬이 예술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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