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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노동칼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 인천일보
  • 승인 2019.11.04 00:05
  • 수정 2019.11.03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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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민노총 서비스연맹인천본부 부본부장

 

최근 SBS 드라마 <닥터 탐정>이 방영됐다. 미확인질병센터(UDC) 소속 직업환경의들이 산업현장에서 벌어지는 산업재해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구의역 김군 사건과 문송면 수은중독 사건, 메탄올 실명 사건 등을 재조명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산업현장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나 하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한국에서 산업재해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126만3293명이다.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3만5968명이나 된다. 해마다 평균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생명안전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있다"며 산업현장 중대사고에 대해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고 중대사고 발생 시 기업과 공공기관의 책임을 과실치사로 묻는 내용의 법 제정을 공약했지만 여전히 법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 드라마의 피해자들은 모두 하청노동자들이다. 현실에서도 하청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원청 노동자보다 8배나 높다. 주요 업종별 30대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노동자의 95%가 하청 노동자다. 산재의 80% 이상이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원청이 유해·위험업무를 하청, 재하청 형태로 넘기면서 하청 노동자들이 산재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산업안전에 대한 '공동사용자책임' 부과, 산업재해 발생시 도급업체도 동일한 수준의 형사책임 부여,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 형량 하한 도입 등을 제시해야 하며, 특히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영국은 2008년 4월부터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 내용은 상한 없는 징벌적 벌금과 기업 고위 경영진의 책임소재를 묻는 것이다.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7년 10명이 산재사망사고가 났음에도 처벌은 고작 5000만원의 벌금에 그쳤다. 영국의 경우 2017년 사망사고를 낸 건설회사는 이 한 건으로 43억원의 벌금을 물고 책임자는 처벌을 받았다. 영국의 산재 사망률은 우리나라보다 30배나 적지만 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나서 매년 낮아지고 있다.

기업의 경쟁과 이윤제일주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산재사망사고를 기업살인으로 규정하고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맞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기업살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김광호 부본부장은 현재 인천비정규노동센터 교육위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인천지부 정책교육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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