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고기압 위치 따라 '태풍 길' 열려…지구온난화 영향 분석도
이달 초 태풍 '링링'으로 인한 부산 해안 파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이 전남에 상륙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는 관측 이래 우리나라가 태풍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해 '공동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미탁'은 수요일인 10월 2일 아침 제주 서쪽 바다를 지나 오후에 전남 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로는 약간 달라질 수 있지만, 한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탁'은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7번째 태풍이 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발생한 태풍은 '미탁'을 포함해 총 18개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6개가 우리나라를 직·간접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올해 우리나라 첫 태풍은 7월 20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소멸한 제5호 태풍 '다나스'다. 최근에는 제17호 태풍 '타파'가 지난 22일 부산 앞바다를 지나 동해로 빠져 나갔다.

기상청이 태풍을 본격적으로 관측한 1951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태풍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해는 1959년이다. 총 7개가 한반도에 상륙했거나 접근했다.

올해는 '미탁' 이후 태풍이 추가로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풍 빈도가 1959년을 넘어 '단독 1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왜 이렇게 태풍 영향을 많이 받는 걸까.

올해 태풍이 특별히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평년(1981∼2010년 평균) 1∼9월 발생한 태풍은 18.5개로 오히려 올해 같은 기간(18개)보다 많다.

하지만 평년 1∼9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3.0개로 올해 같은 기간(7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탁'은 10월 2일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상청은 태풍 발생일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기 때문에 '미탁'도 9월 태풍으로 집계된다.'

태풍 현황 통계
[기상청 제공]

 

결국 올해 발생한 태풍 수는 평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한반도 방향으로 온 게 유난히 많은 셈이다.

이는 크게 북태평양 고기압 위치와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작년과 비교하면 올여름은 상대적으로 덜 더웠다. 올여름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기 때문이다.

문일주 제주대 교수는 "올해는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이 뚫렸다"며 "여름철 더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견고하게 덮고 있으면 태풍이 올라오지 못하는데, 올해는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그 가장자리를 타고 태풍이 북상했다"고 설명했다.

계절적으로 더위가 물러나는 9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층 더 동쪽으로 옮겨가, 태풍은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9일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은 다소 어정쩡하게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걸쳐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가 이처럼 예상보다 서쪽에 위치하면서 기상청은 당초 '미탁'이 제주 동쪽 바다를 지나 대한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제주 서쪽 바다를 지나 전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를 보완했다.

지구온난화도 잦은 태풍 빈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수온이 많이 떨어져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기 쉽지 않은데, 올해는 다르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태풍이 강도를 유지한 채 북상하는 것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늦가을에도 우리나라가 태풍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22일 태풍 '타파'로 쓰러진 부산의 나무
[연합뉴스 자료 사진]
태풍 '미탁' 예상 경로
[기상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