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배치도 없고 비용도 부담
근거없는 복원 우려 공회전 수년
한국 서원 9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맞춰 인천 유일의 서원이었던 '학산서원' 재현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추진이 어려워 보인다.

15일 인천시와 미추홀구에 따르면 '학산서원 재현물 조성사업'이 수년 째 공회전 중이다.
학산서원은 인천부사를 지낸 이단상을 추모하며 1708년 조선 숙종 때 조성된 인천 유일의 사액(賜額)서원(국가 인증 서원)이지만, 고종 8년(1871) 서원철폐 때 사라졌다.
학산서원 추정 터는 미추홀구 학익동 83-10 일대(A구역), 학익동 산 57 일대(B구역), 학익동 산 62 일대(C구역) 등 3곳이다.

1949년 이경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이 터와 기와·자기 등을 찾았고, 1993년 한영국 인하대 사학과 교수가 학산서원의 위치와 규모, 표지석 위치를 확인했다.
문학터널과 문학나들목 등이 건설되며 그나마 남아있던 유구와 표지석 등이 없어졌고, 2004년 구와 학산문화원은 인천시립박물관의 조언에 따라 A구역에 표지석을 세웠다.

'학산서원 재현물 조성사업'은 민선6기 때 '인천가치재창조' 사업 일환으로 부상됐다. 시와 구는 약 4000㎡ 부지에 95억여원을 들여 사당 1동, 동·서재 1동, 강당 1동, 관리소 1동, 야외 공연장 등 학산서원 재현물 조성 사업을 계획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추진 가능성이 낮다. 시는 막대한 조성비와 기초조차 없는 재현 사업에 부담을, 구는 정권 교체에 따른 동력을 잃은 상태로 알려졌다. 심지어 학산서원 유구와 배치도가 없는 상황에 70년 전 이경성 관장의 간략한 배치도만을 의존해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지역 문화계는 학산서원 재현물이 아무 근거 없이 복원된 인천도호부청사와 같은 유사사례로 남을까 우려하고 있다. 옛 인천도호부청사는 <인천일보>에 의해 1910년대 사진이 발견되며 현 복원물에 논란을 빚었다.

시 관계자는 "구에서 정확한 학산서원 조사가 이뤄지면 그 때 검토하겠지만 지금 사업을 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구는 "시가 공원 사업 일환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