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백남준아트센터서 생태감각전
9월22일까지 … '인간권리' 의문 제시
▲ 박선민作 '버섯의 건축'

 


자고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쓰레기 산, 플라스틱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와 사막화된 땅….

지구 서식자의 최상위층에 있는 인간에게 이대로 지구의 미래를 맡겨도 괜찮을까.

지난 5일부터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생태감각' 특별전은 지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간의 권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백남준을 포함한 작가 10명(팀)은 지구 서식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생태적 지위 찾기에 나섰다.

오는 9월22일까지 열리는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생태와 인류가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감각을 작품을 통해 제안하고 있다. 정원의 식물과 곤충들, 깊은 숲속의 버섯과 미생물,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소와 개, 인간 기술의 오랜 재료였던 광물, 생명·비생명의 존재들과 감응하며 생태적 변화가 이뤄지는 천이(遷移 어떤 지역 내의 생물 군집이 오랜 시간에 걸쳐 생물의 종류와 수가 변해 가는 과정) 등이 전시의 주요 오브제로 작용했다.

전시는 '인간의 자연'과 '서식자'라는 주제로 나뉘었다. 백남준을 필두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리슨투더시티, 박민하, 박선민, 아네이스 톤데, 윤지영, 이소요, 제닌기, 조은지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에 의해 확장되고 구성된 자연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인간과 자연'에서 백남준의 '사과나무', 이소요의 'TV정원: 주석', 윤지영의 '에라,', 아네이스 톤데의 '체르노빌 식물표본', 제닌기의 '선구체Ⅰ,Ⅱ'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은 하나의 분과로서 생태학을 규정하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으로 생태학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생태학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은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목가적 자연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기록한 이소요의 작품,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철회할 것을 요청한 아네이스 톤데의 작품을 거쳐 기술의 재료가 돼왔던 물질을 새롭게 감각해볼 것을 제안한 제닌기, 인간의 욕망과 기술 발전 사이에 균형 감각을 찾고자 하는 윤지영 등은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제안했다.

'서식자'에서는 지구에 대한 성찰과 그곳에서 서식하는 서식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지구의 한계를 인식한 인류가 열린 마음으로 우주인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을 작품으로 다룬 박민하의 '대화77-08-12', 지구 생태계의 오랜 서식자인 인간의 주거지, 도시생태계의 이야기를 담은 리슨투더시티의 '장소상실', 동물권에 대해 작업해 온 조은지 작가의 신작 '문어적 황홀경', 인류세를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시적 통찰과 감각을 보여주는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 변이를 만드는 발효 작용에 주목해 이를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제안하는 라이스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발효컬트'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와 관련, 자세한 문의는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njp.ggcf.kr)로 하면 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