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도 사로잡는 예순일곱의 클래식
▲ 문화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클래식 음악 감상회, '박영린의 월요음악회'를 1999년부터 지금까지 1000회 가까이 열고 있는 박영린 예술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친근하게 다가가는 '안양챔버']
누구나 즐겨야 진정한 음악
입장연령 제한 없이 무료로
공연장 뒤는 유모차 줄지어

[전문적으로 역사 담는 '코리아']
창단직후 오페라 '안중근' 제작
11개 도시 순회공연 펼쳐 찬사
'안양석수동마애종' 作 기획 중


클래식이 무엇인지 오케스트라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던 시절, 음악을 사랑하는 예술인 박영린은 경기도 안양권 최초의 민간교향악단인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1995년 6월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25년째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지역에 클래식 문화를 전파해온 그는 지역의 자랑이 됐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쉼없이 달려왔다. 20년째 1000회 가까이 무료 월요음악회를 이어오며 시민들에게 음악을 선물해온 박 감독은 자생적인 공연을 만들어 지역에 정착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8일은 박 감독이 1999년 4월부터 진행하기 시작한 '박영린의 월요음악회'가 958회를 맞은 날이었다.

▲안양에 꽃피운 월요음악회

서울이 고향인 박영린(67) 감독은 평촌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터전을 안양으로 옮겨 제2의 고향이 될 안양에서의 역할 찾기에 돌입했다. 지역과 지역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시민들에게 안식을 주고 싶었다"며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오케스트라 창단의 뜻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90년대 그가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클래식이 널리 보급된 환경이 아니었다.

그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시민들에게 바흐(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다"며 "운영난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들의 음악에 관심과 사랑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1000회 가까이 열고 있는 월요음악회는 안양시동안청소년수련관과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수련관 개관 초기 박 감독이 예술프로그램 운영 내용과 강사진 구성 등에 도움을 주다가,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 제안한 것이 지금의 월요음악회로 이어졌다.

그는 "음악회 초창기 서울대학교 음대 도서관에 유일하게 자료용으로 들어와 있던 클래식영상물을 빌려 월요음악회에서 상영했었다"며 "희귀한 클래식 영상자료를 월요음악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보니 시민들의 호응이 아주 좋았다"고 밝혔다.

▲시민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박 감독의 클래식공연은 여느 공연장과 달리 입장연령에 제한이 없다. 남녀노소가 모두 관객이다.

그는 "음악(音樂)의 한자뜻을 풀어보면 즐거운 소리"라면서 "성별, 연령 구분없이 모두가 음악에 즐겁게 빠질 수 있어야 진정한 음악으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월요음악회가 열리는 안양동안청소년수련관 문예극장은 160석 규모이지만 좌석이 모자랄 경우 무대 위에 매트를 깔아 어린 아이들을 앉히기도 한다. 공연장 뒤편에는 유모차가 줄지어 서있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다른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박 감독은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공연 내내 장난기 쏙 빠진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을 볼 수 있다"며 "연주단체와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어린아이들도 클래식에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가 전문적인 공연팀이라면 안양챔버오케스트라는 그가 만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다.

박 감독은 "클래식음악의 인식을 넓혀가고자 2002년 6월 안양챔버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면서 "안양지역에 살고 있는 음악 전공자나 취미로 음악활동을 하는 시민들을 모아 음악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안양챔버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친시민적인 오케스트라로 시민들이 입장료 부담 없이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일종의 볼런티어(volunteer) 오케스트라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안양챔버오케스트라는 월요음악회뿐만 아니라 '수험생을 위한 음악회', '가족음악회' 등 시민과 함께 하기 위한 '찾아가는 오케스트라'에 97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음악으로 전하는 지역 사랑

지역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선물하고 있는 박 감독은 인물을 중심으로한 공연 기획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 창단직후인 1996년 광복50주년기념 오페라 '안중근'을 제작해 서울, 안양 등 전국 11개 도시 순회공연을 펼쳐 국내 언론과 음악계의 찬사를 받았다. 2010년 9월에는 민간교향악단으로서는 최초로 창작오페라 '세인트 최경환'을 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최경환은 천주교 박해시절 안양지역에서 순교한 인물이다.

그는 "각 지역의 문화·역사를 작품화해 가깝게는 그 지역민들부터 알게 해야 한다"며 "최경환 성인을 작품으로 만든 것도, 안양지역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는 것도 기록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박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의 소재도 안양지역의 또다른 역사와 관련된 것이다.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안양석수동마애종'(安養石水洞磨崖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신라 말 고려 초의 종)을 소재로 작품을 기획했다.

박 감독은 "바위에 새겨진 종은 안양에 있는 것이 국내 유일하다"면서 "현재 시놉시스까지 준비가 된 상태로, 완성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면 굉장히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복지서비스만큼 문화복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하는 박 감독. 그는 "최대의 복지는 문화복지"라고 강조한다.

박 감독은 앞으로 "지금까지 갖춰온 공연시스템을 정리하면서 지역공연의 토대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열정을 다할 것"이라며 "오케스트라를 통해 성장한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지역사회문화를 꽃피우는데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주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


박영린 예술감독은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박영린 감독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거쳐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음악원에서 트롬본(trombone)을, 이탈리아 페스카라 아카데미에서 관현악 지휘를 전공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Orchestra di Fiati di Perugia 단원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쳤으며, Cannale 5 TV 출연, 프랑스 니스축제 연주, 이탈리아 순회연주 등으로 고전음악의 정통성과 현대음악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감독은 귀국 후 서울대, 전주대 등에서 강사를 역임했으며, 군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면서 교향악단의 비약적인 발전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군산 출신인 채만식 선생의 '탁류'를 오페라로 제작, 공연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는 완성도 높은 음악 활동을 위해 95년 6월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뛰어난 음악성과 참신한 기획을 통해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파토리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