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직 인천대 사회봉사센터 총괄PM

필자는 대학에 26년째 몸담고 있다. 대학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면으로든 인재양성에 일조해야한다는 정체성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주 대학교육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곤 한다.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 등의 표현으로 대표되는 일반 대학들의 교육 목표들을 만나게 되는데, 실제적으로는 필자가 학생이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학은 좋은 직업인을 양성하는데 실질적 목표를 두고 있는 듯해 왔다. 좋은 대학을 가늠하는 잣대로도 취업률이 중요한 것을 보면 능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대학에서 근무한 필자의 근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학을 졸업하고 갖게 된 직장으로 평생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지 오래되었고, 전 생애동안 여러 번의 이직과 구직이 일반화된 요즘은 좋은 직장인을 양성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좋은 인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고 다양한 의미에서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교육목표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지금 더 필요한 '좋은 인재'는 다름 아닌 '선한 인재'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10대와 20대의 사망원인 2위인 교통사고를 넘어 부동의 1위가 자살이 된지 오래다. 또래 학생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격려해 줄 수 있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이런 안타까운 경향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되더라도 그 선한 영향력을 주변에 오래도록 미치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교육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교육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자발적, 헌신적 봉사활동이 교과 및 비교과 과정에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인천대학교의 예를 들면 매학기 지역 사회에 자발적 봉사자로 파견되는 학생이 1500여명이고 1년이면 3000여명이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외에서 활동하는 멘토링 봉사부터 교내에서 활동하는 '십시일밥' 봉사까지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이 실천을 통해 자신들도 성장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새로운 가치를 전하며 서로 배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학년 때부터 지역사회의 저소득 가정 자녀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봉사를 2년간 하고 있는 한 학생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했던 저는 지역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때 만난 대학생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공부를 해서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대학에 왔으니 그렇게 받은 사랑을 다른 청소년들에게 돌려주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고백한다. 학기 중 수업이 없는 시간을 쪼개어 교내 학생식당이나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시급을 기부하여 가정 형편이 어려운 동료 학생들의 점심 식권을 구입해 주는 십시일밥 봉사 활동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식권 지원을 받았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다음 학기에는 그 감사함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봉사자로 다시 신청을 하거나 봉사자로 활동을 못하지만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감사함을 전해오기도 한다.

선의 윤회이다. 이런 장면들이 어쩌다 한 번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매학기 많은 봉사 학생들을 통해 늘 새로운 선의 윤회를 만난다. 배움의 목적은 개인의 성공만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이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공동체의 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제 대학의 교육도 배움과 나눔이 공존하고 나눔의 실천을 통해 선의 윤회를 끊임없이 이루어지며 그러한 경험으로 배우고 성장한 인재들이 지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오래도록 미칠 수 있는 성인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해본다.

대학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도 나눔의 실천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선의 윤회를 만들고 경험하는 일에 우리 모두 기쁘게 움직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