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생활 14년차의 위로
▲ 장훈 지음, 젤리판다, 350쪽, 1만5000원.
"이 책이 꼭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공직 청사진이 되었으면 한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홍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어느덧 중년인 분들에게 추억을 곱씹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한다. 조직생활이 힘든 분들에게 관계의 지혜를 안겨 주었으면 한다. 오늘도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프롤로그 중에서)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이다. 반대말은 '늘공', '늘 공무원'이라는 뜻이다. 늘공은 공무원법상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고, 어공은 별정직, 계약직, 임기직 등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근무하는 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일산에서 인천까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도시의 일상으로 녹여내어 소박한 글로 남기는 생활 글쟁이다. 매일매일 한 편 한 편 쓰기 시작한 작가의 글이 모여 어느새 100편이 되었고,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됐다.

작가는 글쓰기에 앞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각의 태도, 관점의 태도, 관계의 태도에 대한 그의 통찰력 있는 글들을 읽으며 우리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맺게 되는 관계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좀 더 진득하게, 좀 더 날카롭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짧은 글쓰기는 보다 쉽게 내 삶의 순간들을 기록할 수 있는 글쓰기 형태이다. 오히려 짧게 쓰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책 속 각 부 말미에 들어 있는 원고지에 끈기와 끊기로 글을 쓰다 보면 작가처럼 매력적인 생활 글쟁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살피고, 내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이 책을 통해 누려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인 저자 장훈은 '어공' 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 스쳤던 생각과 단상을 메모하고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서 소통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작가이다. 전문 글쟁이로 살아왔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행정관(연설, 여론조사, 정무), 충남도청 미디어센터장을 거쳐 현재는 인천시청 미디어담당관으로 일하며 도시브랜드 뉴미디어 총괄을 맡고 있는 14년차 공무원이다. 아태평화재단, 세종연구소, OBS 문화재단, 윈지컨설팅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홍보 업무를 수행한 전문 홍보맨이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간사이다. 서강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이 책을 봉하마을 대통령님 묘소 작은 비석 앞에 놓아 드리려 한다.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좋아하시던 그림이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큰 물고기의 형상을 이룬 모습이었다. 대통령님에 대한 작은 기억이 모여 큰 그림으로 형상화되고 더 큰 그리움과 추모로 퍼져 가기를 희망해 본다."(프롤로그 중에서)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