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자본은 보다 많은 이자와 이윤이 있는 곳으로 흐르는데 반해 섬유산업은 보다 싼 임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에서 시작된 방적공업과 섬유산업의 중심지가 지구를 돌아서 일본과 한국을 거쳐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나라들로 이전하는 것을 지켜본 세대의 한 사람으로 값싼 섬유제품을 보고 사용하며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전 세계 의류산업 역사상 최악의 참사는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근교 사바지역의 의류공장 붕괴로 1100명이 사망한 2013년도의 일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와 준비관계로 몇 차례 찾아갔던 방글라데시는 한국을 경제성장의 모델로 삼아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꿈꾸며 1980년대부터 섬유산업에 집중해오고 있었다. 수도 주변에 밀집된 4500여개의 의류공장에는 대부분이 여성인 360여만명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고 공장들도 대부분 가건물 수준이었다. ▶1970년 11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자살한 청년 전태일이 일하던 청계천 평화시장의 봉제공장 작업여건도 방글라데시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지난 3월 서울 청계천로에 개관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에서는 견습공으로 일하는 나이어린 소녀들도 일어설 수 없는 낮은 작업대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아침부터 수면부족과 배고픔을 참아가며 작업하던 소녀들에게 자신의 버스비로 풀빵을 사다주던 대목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기념관 3층에서는 생전의 전태일이 모범 의류제조업체를 꿈꾸며 스스로 설계했던 회사 '태일피복'을 구체화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1969년 겨울부터 1970년 봄까지 전태일은 자신이 체험한 열악한 작업환경을 바탕으로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회사의 사업목적과 운영방법 그리고 홍보계획까지 기술한 사업계획서를 마련했으나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서 꿈을 접고 말았다.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던 것은 세계 많은 나라들의 각기 다른 역사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노동환경과 근로자들의 권익과 관련된 사안들은 사회발전 및 민주화 과정과 그 축을 함께한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고뇌와 희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흠모할 수 있었던 특별전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자주 찾지 못했던 모란공원 그의 묘소로 발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