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500년' 수원의 보호수
작년 장마에 찢기듯 쓰러져
다행히도 뿌리는 살아 있어
느티나무 밑동서 맹아 채취
애지중지 90일뒤 뿌리 틔워
▲ 수령 500살 느티나무의 새싹에서 뿌리가 돋아났다(왼쪽). 지난해 6월26일 비바람으로 부러진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 /사진제공=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수원시

밑동만 남은 느티나무에서 맹아(萌芽)를 채취했다.

복원을 위한 후계목(복제나무)을 만들기 위해서다.

복원작업은 조심스레 이뤄졌다.

맹아는 스트레스 받거나, 영양분 부족으로 쉽게 고사한다.

90여일을 무균실에서 애지중지 키웠다. 드디어 새싹이 돋았다.

한 나무의 복원 과정 핵심을 정리한 내용이다.

지난해 7월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수화기 넘어 긴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를 살려 달라'는 수원시 공무원의 부탁이다.

이 나무는 수원지역 주민들과 500년 세월을 함께한 느티나무로, 높이만 23m에 이른다.

1982년 10월 보호수로 지정된데 이어 2017년 5월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숱한 풍파를 이겨낸 나무는 한 순간 주저앉았다.

지난해 6월26일 장마철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밑동부터 찢기듯 부러졌다.

주민들은 슬퍼했다. 신비한 힘을 가진 나무로 여겨 정성껏 보살펴 왔기 때문이다.

매년 5월5일 나무 주변에서 축제가 열리는 등 수백 년간 희락을 함께한 지역 상징이기도 하다.

최근 희망이 찾아왔다. 도산림환경연구소는 지난해 1월 밑동에서 채취한 맹아의 싹을 틔우는데 성공했다.

연구소는 새싹 뿌리가 자라는대로 재유령화(어린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를 시도할 계획이다.

노령목은 조직세포가 노화돼 있어 재유령화 없이 조직배양(복제)이 되지 않는다.

성공하면 느티나무 유전자와 똑같은 묘목을 만들 수 있다.

나무 고유의 특성이 그대로 복원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무를 살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느티나무 나뭇가지에서 맹아를 채취해 2개월간 재유령화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국가산림과학원이 2016년 수령 700살 음나무의 재유령화에 성공했는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곽명철 도산림환경연구소 수목원관리팀 연구사는 "계획대로 진행되면 6개월 뒤 복원에 성공할 수 있다"면서도 "어려운 작업인 만큼 성공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나무 살리기 대작전'은 느티나무가 잘려나간 현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6월부터 나무보호업체인 경인나무종합병원 등과 함께 병해충 예방, 훼손방지 등을 통해 느티나무 보호에 힘쓰고 있다.

다행히 느티나무 뿌리는 살아있는 상태다.

이범석 경인나무종합병원 원장은 "나무가 고사할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